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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온갖 의뢰와 잡일 따위를 도맡아 하는 조직의 통칭, 길드. 바로 여기에도 하나의 길드가 있다. 그 이름은, 어스. 매일같이 적자에 시달리는 길드의 상황으로 인해, 간부들은 골머리를 썩히고 있지만, 길드 마스터의 상태가?! 길드 어스에 어서 오세요!

[퓨전,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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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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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1473    추천 0   덧글 0    / 2019.01.08 19:38:26

5화.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렵다.

 "저기…, 혹시…… 카로스…… 야?"
 가련하게 떨려오는 목소리였다.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한 채 약간 긴장한 태도로 서 있는 여성은 사무요원 '엔비'였다.
 "으응… 오랜만이야, 엔비."
 그러자, 엔비는 한 걸음 더 다가서서 카로스를 요리조리 살펴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 이런 장발도 괜찮네. 색다른 느낌이야……."
 카로스를 살펴보고는 어딘가 만족스러운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엔비! 오늘은 일찍 출근했네? 어제는 빨리 퇴근하더니 몸은 좀 괜찮아졌어?"
 카로스는 어쩐지 로리먼트가 자신의 보디가드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둘을 보며 카로스는 생각했다.
 '과연, 시간이 금이다. 로리먼트를 이렇게 분주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문득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자, 어느샌가 한 명이 더 서 있었다.
 "카로?"
 "인사는 됐다. 카로스, 너 대체 왜 돌아온 거냐?"
 딱 봐도 호의적이지 않은 환영이었다. 카로는 풀어헤친 자색의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쓸어넘기며, 다소 삐딱한 태도로 카로스를 맞이했다.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카로!"
 항변하는 로리먼트에게 역으로 카로가 응수를 놓는다.
 "아니, 이 녀석이 없는 동안 편했는데 괜히 또 귀찮은 일만 생기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카로의 시선은 어쩐지 카로스의 뒤에 선 엔비에게 향해있다.
 정작 시선을 받는 엔비는 카로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카로, 오늘은 무슨 일이야? 안 데려다 줘도 괜찮다니깐……?"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약간 신경질적인 말투로, 엔비가 말한다. 엔비에게 있어서도 카로는 달갑지 않아 보였다.
 "아니, 이게 내 일인걸? 난 전투직이니까 사무요원을 보호해야지?"
 마치 당연하다는 것처럼 말하는 카로의 앞에서 엔비는 상대하기도 지쳤다는 듯 질색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어제도 하루 종일 내 뒤를 따라다녔잖아! 제발 좀 그만 하라고!"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심각한 분위기의 둘을 보며, 로리먼트와 카로스는 자신들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아무튼 카로스… 돌아와서 다행이야. 영영 못 보는 줄 알았어."
 "그런 불길한 말은 좀…… 하하…."
 엔비와 대화하는 카로스를 보며, 카로는 짜증 섞인 표정을 한 채 카로스의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쳇, 쓸데없는 놈이……."
 금방이라도 침을 뱉을 것처럼 카아악하는 소리를 내던 카로는 풍선껌을 불며 카로스를 지나쳐갔다. 그 과정에서 카로스의 어깨를 고의로 치고 간 것은 덤이었다.
 "어쩐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저 녀석."
 기분이 찝찝하지만, 자주 다투기는 했어도 카로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동료였다. 분명 기분이 좋지 않은 날도 있을 것이다.
 "…나도 이만 가볼게. 카로스, 안녕…!"
 엔비는 카로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고는, 서류가방을 꼭 맨 채로 종종걸음으로 계단으로 향했다.
 "다들 바쁘구나……."
 얼마 만에 찾은 길드인가, 카로스는 새로운 감회에 빠져드는 듯 했다.
 지난 3년 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동료들은 자신이 부재중이었던 때에도 길드에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
 길드가 이렇게 크게 성장하게 된 것도 레드문의 덕도 있지만 모두가 함께 힘내서 노력했기에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도 더 열심히 노력했어야 됐다고, 그런 후회 섞인 생각이 뇌리에 스쳐갔다.
 "왜 여기 서서 멍 때리고 있어? 안 탈 거야?"
 "아, 도착했네? 응."
 로리먼트와 마주친 길드원들은 가볍게 인사를 던져왔고, 로리먼트는 웃으며 받아주었지만 정작 길드 마스터인 카로스에게 인사를 던져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카로스의 초췌해진 모습에 그가 길드 마스터라는 걸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다른 길드원들은 네가 길드 마스터인줄 모르는 모양인데……. 널 알아보는 것도 예전 길드원들 뿐이지……. 흐응."
 하품을 하며 벽에 기대고는, 로리먼트는 가볍게 양팔을 휙휙 내저었다.
 "조금 서운한 얘기네."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보자, 무려 25층까지 있었다.
 그 중 빨갛게 표시된 일부 층은 보안카드가 없으면 출입도 불가능해보였다.
 "네 집무실은 최상층에 그대로 있어. 약간 바뀌긴 했지만, 맘에 들 거야. 물론, 한 번도 들어간 적 없을 테지만……. 레드문의 사무실은 여기 22층에 있고……. 아아, 벌써 10시나 됐잖아! 빨리 빨리……!"
 최상층에 도착하자, 저 가운데에 'Karos'라고 쓰인 명패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내 집무실인가?"
 너무나 변해버려서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로, 카로스의 새 집무실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서재에 꽉꽉 들어찬 각종 서적들부터, 벽에 걸린 장식용 검까지 전부, 길드 마스터의 집무실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위엄을 내뿜고 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렇다. 상당히 화려했다.
 다만 한 가지, 이곳 또한 사용되지 않아 먼지투성이라는 점만 빼면─.
 그 모습을 보아하니, 길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분명 이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처음 길드 어스를 설립했을 때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겹쳐보며, 향수에 젖어있던 카로스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여기도 청소해야 하는 거야?"
 로리먼트는 얼이 빠져있는 카로스에게 당돌하게 말한다.
 "지금은 말고!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와. 옷장은 안쪽에 있으니까……."
 과연, 로리먼트의 말대로 안쪽으로 들어가니 방이 하나 더 있었다.
 집무실이 접대용 방이라면 이쪽은 그 준비실 같은 느낌일까, 그보다 더 안쪽에는 흡사 영화관을 방불케 하는 벽걸이형 대형 모니터가 있었다.
 "우와…… 괜찮네. 이거…… 이정도면 최고 옵션으로 맞춰도 되겠는데……."
 아직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카카, 아직이야? 들어간다?"
 "아 잠깐만! 뭘 입어야 될지 모르겠어."
 덜컥거리며 문고리가 돌아갔다.
 "설마 옷 입는 법을 까먹었다던 지 말이야?"
 "그런 건 아니니까! 잠깐만!"
 옷장에서 대충 집어 꺼낸 옷을 급하게 챙겨 입으며, 카로스는 다급하게 문고리를 붙잡았다.
 "…뭐, 이 정도면 되겠지……."
 아무렇게나 골라잡은 옷은 예전에 입었던 제식 옷들 중 하나였다.
 휘황찬란한 장식이 되어 있지도 않고 그냥 '길드 마스터'임을 확인할 수 있는 인장과 어깨에 길드 마크가 새겨진 수수한 제복 차림의 카로스를 보며, 로리먼트는 눈을 빛내며 탄성을 내질렀다.
 "오오…. 그렇게 차려입으니까 뭔가 있어 보여!"
 그 탄성은, 눈앞을 가릴 정도로 길게 내려온 카로스의 앞머리를 보고서야 잦아들었다.
 "머리만 좀 자르면 완벽할 텐데……. 그럴 시간은 없고…… 일단 이대로 출발해야 해."
 로리먼트의 째려보는 시선에 맞춰, 앞머리가 카로스의 눈을 가볍게 찔렀다.
 "근데 정확히 어디로 가는 거야?"
 "말하면 알아?"
 "……."
 알 리가 없다. 애초에 1년이 넘도록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다짜고짜 길드로 끌려온 몸이다. 행선지를 안들, 혼자 가는 것은 힘들 것이다.
 "다른 길드와 거래가 있어. 길드 마스터인 네 승인이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거래야. 그러지 않았으면 레드문이 진작에 처리했겠지……."
 역시, 길드의 업무 대부분은 레드문의 손을 거쳐 가는 것인가.
 카로스는 레드문이 한 번에 다룰 업무량이 얼마나 될 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긴 길드의 일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으며, 현재 길드의 운영 또한 레드문이 도맡고 있다. 그런 레드문이 자신을 부를 정도면 꽤나 중대한 사안일 터이다.
 "어쩐지 피곤한 걸……."
 "자, 그럼 출발하자!"
 하지만, 로리먼트에게서 피곤한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 *

 "…꽤나 늦는군요. 그동안 전 여태 레드문씨가 길드 마스터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였다니 충격이 큰걸요. 그나저나 언제쯤 도착하련지요? 시간은 이미 넘었습니다만……."
 사거리의 카페에서 레드문의 앞에 앉은 사내는 커피를 한잔 홀짝이며 감히 그런 불만을 토로했다.
 레드문의 언질이 아닌, 홀대리의 시선만으로도 꼼짝 못할 그들이었지만, 이번은 어스가 갑의 입장에 서 있다곤 해도 이전처럼 막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만일 그동안 쭉 유지되어 왔던 계약이 파기되기라도 한다면, 어스 또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거래를 맡게 된 정장 차림의 젊은 사내는 레드문의 앞에서 그런 불만을 토로할 수 있었다.
 애초에 길드 마스터가 늦는 탓에 미팅 시간은 벌써 30분이나 늦어지고 있었다.
 레드문의 옆에 선 홀대리가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불만을 늘어놓는 사내의 앞에서 레드문은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설마 레드문님이 자기 앞에서 까부는 상대를 눈감아 주실 줄이야…….'
 하고 홀대리가 생각한 순간─.
 "이야, 이거 많이 컸구만? 어디보자, 한 30분 지났나? 이 정도면 약과지. 왜, 지금은 어스 없이도 살만하다 이거야? 이제 그쪽 길드도 숨통이 좀 트였나보지?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말이야. 혹시 기억하고 있나? 마지막으로 계약할 때는 말이야~. 아~ 이 내가 실수하는 바람에 미팅에 두 시간이나 늦고 말았잖아? 이제 30분 지났을 뿐인데 벌써 그런 말이 나오면 섭섭하지. 뭐, 마음에 안 들면 이번 거래는 무효로 해도 상관없어. 스폰서는 많으니까 너 같은 애송이 하나 쯤 어스에서 손 뗀다고 해도 아~무 문제없거든? 그러니까, 어떻게 할래?"
 그런 속사포 같은 말이 레드문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레드문의 앞에서 '감히' 불만을 털어놨던 사내는 그저 아무 말도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저, 아닙니다. 차가 많이 막히나 보군요. 하하하……."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그 눈빛에는 경멸하는 빛이 한가득 서려있었다. 그것은 레드문도 마찬가지였다.
 '어딜, 너 같은 짬밥도 안 되는 게 이 몸한테 까불어? 확, 뒈질려고─.'
 레드문은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노골적으로 벌레를 보는 듯 한 눈빛으로 상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조용히 시간이 흘러가던 와중, 레드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휴대폰을 열어보자 전화를 걸어온 쪽은 카로스를 데리고 올 로리먼트였다.
 「여보세요. 로리먼트냐?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휴대전화 너머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그건 내가 묻고 싶어. 대체 미팅 장소가 어디야? 일단 간신히 도착은 했는데…… 건물을 찾을 수가 없어…….」
 레드문은 한숨을 쉬며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다들 스마트폰을 쓰는 이 시대에, 레드문만이 유일하게 낡은 폴더형 휴대폰을 쓰고 있었다.
 언젠가 한 번 홀대리가 최신형의 스마트폰을 권해봤지만, 레드문은 이 폴더형 휴대폰이 전화를 끊을 때 딱 좋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홀대리, 얘네 길을 못 찾는거 같은데 가서 데리고 와줄 수 있겠어?"
 "예. 레드문님."
 홀대리가 종종걸음으로 미팅방을 나가자 더욱 무거운 분위기가 흘러갔다.
 유일한 홍일점이 사라진 탓일까, 레드문의 앞에 앉은 사내들은 흉폭한 짐승의 앞에서라도 선 듯 한 태도로 벌벌 떨고 있었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을 접으며, 레드문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곧,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너희들 이제 좀 살만하다 이거지? 아앙?"

 * * *

 정신없이 달려 나온 로리먼트와 카로스는 건물 벽에 기대어 잠시 쉬고 있었다.
 로리먼트가 레드문과 전화하는 동안, 카로스는 미팅 장소로 보이는 카페를 발견했다.
 "…저기 로리먼트, 혹시 저 카페 아니야? 여기서 미팅할 만한 장소는 저기밖에 없는 거 같은데……."
 카로스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또각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홀대리가 문을 열고 둘을 맞이했다.
 "이쪽입니다. 카로스님."
 "역시……."
 그런 카로스를 보며, 로리먼트는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숨을 고르는 사이에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이럴 때만 도움이 된 다니까!'
 그 말은 그저 속으로 꾹 삼킬 뿐이었다.
 홀대리가 다시 카페 문을 열기 무섭게 레드문이 무언가 큰 소리를 냈고, 둘이 벌벌 떨며 절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체 뭐야…?"
 제발 그만해달라며 애원하는 사내 두 명의 앞에 선 레드문은 오히려 여유로운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카카, 왔냐? 그 꼬라지가 뭐냐? 네가 할 게 아무리 없다고 해도 그 거지같은 꼴은 좀 아니지 않냐?"
 "……."
 카로스 또한 레드문의 언질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뭐, 됐고 일단 거기 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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