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작 완결작

검색결과

전파소설가 [식극의 소마]...
아이크 빛과 어둠의 검사
Leafy 암흑면
연화홍란 전생을 했지만...
redbead 환생 뒤 전(前...
pakpa 1
갓카 내 모니터 속...
카미즈 라그나로크 극
카미도 혼란스러운 거리
컨알 하얀 악마
카이테미요 천명을 힐러였...
AlwaysLaugh 설령, 당신이 ...
실버나라 나만 판타지 ...
wani [단편] Black ...
lyan15 검은 천사
rlight 지나가던 선비
로드드라콘 구마록(驅魔錄)
보닝 신같은 포지션...
정상인임ㅎ 대마왕이 가출...
엽토군 블로그
부르프 낮으로 걸어오...
air05 하루아침에 마...
라쿠카라챠 츤데레 여친과...
잉여포돌이 Re:
9A 금경을 삼킨 용
살많은빼빼로 자유의 날개
노아카미 Heal Up
살많은빼빼로 억압의 사슬
요리코 이세계 소환! ...
적색소음 나는 결국, 아...
봄날상어 우리들의 일상...
호떡 밖으로 나가면...
건달프 After Memories
사가 성불사
노가리 미래에서 미래...
똑같은매일 강철 심장의 고동
승다르크 카르페 디엠
멘카로건 Let Us [Rise ...
살많은빼빼로 Life with dead
랑이초록 지구스토리: ...
joseu 생판 몰랐던 ...
쥐며느리 머그속 그녀의...
살많은빼빼로 학생의 반란
초록만두 창밖으로 뛰어...
joseu 생미부
박사능 흉터 새기는 남자
주렁이 이세계 직업에...
멜렌나 노 네임-제미니-
Enivia 하나뿐인 여동생
pwins 용사의 은퇴시기
호치 사랑하는 나의...
레드트리 반인반요
갓카 단편 모음
오얏 고코미의 모험
책갈피 오늘의 꽃을 ...
코노미카 우리 동아리에...
불닭 해골과 소년의...
서호란 살아간다는 것은.
이동규 마왕 따위 되...
이동규 죽음이 사는 숲
비익연리 나와 그녀의 ...
JG광합성 호텔! 마왕성!
레크리셔 빨간 망토 소...
Nehru CRISHA[크리샤]
별티끌 누리끼리
뚜뚜루 나의 작은 기사님
카샬 이제는 너무나...
갓카 Nostalgia
밤바다 이런 나지만 ...
즈잔 황폐한 땅의 ...
도토리x 망할 유령들 ...
두희 나와 호랑이님
나하린 프로 조연과 ...
pakpa 제목미정
9959 운명의 돌: 멈...
yooil 내 소꿉친구는...
리츠카 페퍼민트 카페인
샌니마 저, 오늘부로 ...
김리토 레스즈
1ron 나와 요정의 ...
미호 라노벨에 사용...
칠흑의카밀레 소인 세계에서...
HAlt 환생한 대주술사
깽깽이 이세계의 블랙...
xiix 암살법사
BLAZE ???
엘그나 정상 위에 소...
연역 롤플레잉!
W더블 진홍의 히스토...
형칠이22 팀 파이브 엔젤스
즐거운나날 신님은 우리들...
pe0000 이세계 용사와...
카사토리00 메이드 여동생...
피토휘 여동생과 나 ...
tg가로수 평소대로 살았...
라케리안 모형정원
실크라운 쿨데레X츤데레...
이부프로펜 이 동아리 뭔...
칠흑의대마왕 도적은 왕에게...
세하 Dreamland Online
운명의 돌: 멈춰버린 시계추 by 9959

정의는 하나가 아니다. 옳은 정의란 없다. 서로의 정의를 위해 타인을 짓밟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이기적인 이들의 이야기.

[판타지,기타]
총 편수 26 / 총 관심작 수 0 / 총 추천수 0 / 총 용량 447.294Kbytes
0 9959  lv 0 0% / 0 글 0 | 댓글 0  
관련글
  잿더미. 4
0명 참여 별점
 
  0 9959[skskekdg]
조회 357    추천 0   덧글 0    / 2019.01.22 13:50:48
  “유명한 암살자라지? 그럼 저 자를 좀 해치워주겠나?”

  게오르그는 무척 진지한 얼굴로 알타이르에게 말했다. 알타이르는 게오르그가 가리키는 자를 바라보았다. 그 나이 또래 치고는 제법 큰 키와 눈에 띠는 다갈색 머리를 가진 허름한 옷차림의 소년이었다. 알타이르는 게오르그에게서 뭔가를 받는 시늉을 하더니 눈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게오르그는 언제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잠시 후 뭔가를 찾는 듯하며 걸어오던 페아르는 눈 속에서 튀어나온 돌멩이를 맞았다. 페아르는 돌멩이가 무슨 비수라도 되는 양 맞은 곳을 붙잡고 뒹굴었다.

  “끄아악!”

  비명은 필수였다. 

  게오르그와 알타이르는 일품 연기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페아르는 킥킥 웃더니 몸에 묻은 눈을 탈탈 털어내었다. 그러고는 약간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알타이르나 게오르그도 마찬가지였다. 페아르는 재미있지만 중요한 게 빠져있는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입을 열었다. 

  “역시 공주 역이 없으니까 재미가 떨어지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기사님.”

  게오르그는 최대한 간사한 표정을 지으려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알타이르는 재미있다는 듯 게오르그의 표정변화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페아르도 게오르그의 표정이 신기했는지 큰 소리로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게오르그는 왜들 그러느냐는 얼굴로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웃느라 정신이 없던 페아르를 대신해 알타이르가 말했다.

  “넌 어딜 가도 성공할 거 같다.”

  “뭔 소리야?”

  “걱정하지 마. 칭찬이야.”

  “아니,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살짝 기분이 나빠.”

  “그러든가 말든가.”

  알타이르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게오르그는 아직까지 웃고 있는 페아르의 정강이를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페아르는 웃던 중 게오르그가 정강이를 걷어차자 혀를 깨물었다. “읍!” 입을 틀어막고 내지른 비명과 함께 페아르의 몸뚱이는 뒤로 고꾸라졌다. 알타이르는 더 이상 게오르그를 자극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고는 조용히 게오르그의 곁에서 몇 발자국 물러섰다. 게오르그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빨리 테아나 만나러 갑시다. 여러분, 예?”

  알타이르는 헛기침을 하더니 게오르그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페아르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는지 비명 지르는 걸 멈췄다. 그런 뒤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혀가 얼얼했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게오르그를 멍하니 쳐다보던 알타이르와 페아르는 서로를 쳐다보다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으며 게오르그의 발자국을 뒤따랐다. 게오르그는 알타이르와 페아르가 너무 늦게 따라오자 평소에는 내지 않던 성질까지 부렸다. 페아르와 알타이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급하게 게오르그에게 따라붙었다. 일행은 그렇게 성난 게오르그를 필두로 갈라테아의 집 앞에 도착했다.

  “테아?”

  페아르는 조심스럽게 갈라테아를 불러보았다. 알타이르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집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주시했다. 변화가 없다는 걸 확인한 알타이르는 페아르를 쳐다보았다. 알타이르와 시선을 교환한 페아르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처음 불렀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소리로 갈라테아의 이름을 불렀다.

  “갈라테아!”

  뒤늦게 도착한 게오르그는 페아르의 큰 목소리에 귀를 막았다. 게오르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들면 걔 엄마가 보내주겠냐. 으이구!”

  페아르는 미간을 좁혔다. 그는 다 아는 사실을 귀찮게 되묻는 게오르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게오르그는 반 우연으로 주먹을 피하고 활짝 웃었다. 페아르는 단언컨대 반드시 게오르그를 치겠다는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게오르그는 흠칫 놀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알타이르가 두 소년의 시선을 끌지 않았다면, 게오르그는 적어도 눈가가 주먹만하게 부어올랐을 것이다. 

  “아무도 없나본데?”

  페아르와 게오르그는 멀뚱멀뚱 알타이르를 쳐다보았다. 알타이르는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냐는 투로 말했다.

  “아무도 없다고.”

  “허?”

  “……오늘도 공주님 없이 놀아야겠네.”

  게오르그는 아쉽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페아르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타이르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게오르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오늘 이대로 해산하게? 왜?”

  “모레가 테아 엄마 생일이잖아. 뭔가를 선물하려면 동냥이라도 해서 돈을 구해야할 거 아니야?”

  게오르그는 그럴 듯하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알타이르는 피곤한 듯 두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럼 내일 모이는 걸로?”

  “그러지 뭐.”

  페아르의 승낙이 떨어지자 알타이르는 게오르그를 바라보았다. 게오르그는 턱을 주억거리다가 말했다.

  “내일은 좀 이르고 모레 이 시간, 이곳에서 보자.”

*
  
  “너무 비싼 거 아닙니까, 멕베스?”

  클라이프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머리핀을 가리키며 말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인 멕베스는 킬킬 웃더니 머리핀과 팔찌 하나를 클라이프의 두껍고 투박한 손에 쥐어주었다. 클라이프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멕베스는 세월이 느껴지는 갈라지고 검게 그을린, 험악하게 생겨먹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클라이프는 정말 안 된다는 듯 정색하며 손을 빼내려 했지만 멕베스의 아귀힘은 제법 강했다. 클라이프는 멕베스가 험악한 얼굴이지만 미소를 지으니 제법 봐줄만한 얼굴이 됐다고 생각했다. 멕베스가 말했다.

  “자식아. 내가 이렇게 퍼주는 게 흔한 일인지 아냐? 주면 주는 대로 받아둬.”

  클라이프는 나이를 먹긴 했지만 젊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멕베스는 피식 웃으며 클라이프에게 머리핀과 팔찌를 쥐어주었다. 클라이프는 이 노인에게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포기한 채 주어진 행운에 만족하기로 했다. 멕베스는 포장해달라는 클라이프를 쳐다보며 활짝 웃었다.

  예쁘게 포장 된 머리핀과 팔찌를 품속에 조심스럽게 넣은 클라이프는 멕베스의 노점 앞에 쪼그려 앉았다. 멕베스는 쪼그려 앉은 클라이프의 머리를 파리채로 때렸다. 클라이프는 고통을 호소하며 멕베스를 쳐다보았다. 클라이프와 시선을 맞춘 멕베스가 말했다.

  “에반이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해.”

  “됐습니다.”

  멕베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이프는 갈라테아에게 줄 물건을 고르며 멕베스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멕베스는 클라이프가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그를 애태워보기로 했다. 클라이프는 퍽 초조해지는 자신을 속으로 비웃었다. 멕베스도 클라이프가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며 큭큭 소리를 내 웃기 시작했다. 클라이프는 눈앞에서 기분 나쁘게 웃는 노인을 때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한참을 킬킬거리던 멕베스가 말했다.

  “제자가 스승을 만나러 오는 데 좀 만나주지 그러냐?”

  “참나. 보자고할 때는 코빼기도 안 비추더니 이제 와서 뭐한다고 얼굴 보러 온다는 겁니까?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뭐 때문이겠냐?”

  “뭐 때문입니까?”

  클라이프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멕베스는 클라이프의 심드렁한 표정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분명 클라이프와 에반스의 사이는 나쁜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클라이프는 에반스가 사고를 칠 때마다 심할 정도로 관대하게 넘어갔다. 그 덕에 에반스는 기고만장해졌다. 그만한 실력이 뒷받침한 것도 있지만 실수나 사고를 칠 때마다 덮어주는 클라이프 때문에 더욱 그러했던 것이다. 

  “이거 하나 주시겠습니까.”

  클라이프는 딸에게 줄 선물로 목걸이를 골랐다. 멕베스는 클라이프가 고른 목걸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멕베스의 뚱한 반응에 클라이프는 최대한 험악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덤으로 주는 건 이제 그만 두, 아야.”

  “어디서 스승한테 인상을 써? 많이 컸구나, 꼬맹이.”

  클라이프는 막대기에 맞은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살살 맞은 덕분인지 혹은 나지 않았다. 클라이프는 멕베스에게 맞은 부위에 손을 얹어놓고 멕베스가 주는 상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클라이프가 고개를 들자 멕베스가 말했다.

  “이제……, 넘겨받을 때가 됐다.”

  “뭘요?”

  멕베스가 주는 상자를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투로 고개를 기울이던 클라이프는 사뭇 진지한 스승의 얼굴을 보며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 

  “스승님!”

  클라이프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멕베스는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클라이프는 당황과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이를 꽉 깨물었다. 멕베스는 가까이 오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클라이프는 주춤주춤 멕베스에게 다가갔다. 충분히 가까이 왔다고 생각한 멕베스가 말했다.

  “이제 그분께 드릴 때가 온 거야.”

  당장 한 대 치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며 클라이프가 답했다.

  “너무 이릅니다. 아직 성인이 되려면 십 년은 더 남았는데, 이런 짐을 벌써 지게 한다는 건 어른 된 자의 도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뵙자고 한 거 아닙니까?”

  클라이프는 고개를 홱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클라이프의 모습을 지켜보던 금발의 사내는 그의 목이 부러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클라이프를 바라봤다. 

  뒷목이 뻐근했다. 하지만 아침햇살 같은 밝은 금색 머리를 단정하게 기른 사내의 모습이 눈에 보이자 뒷목이 뻐근하다는 느낌은 사라졌다. 클라이프는 천천히 다가오는 앳된 얼굴의 사내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클라이프가 말했다.

  “뭐 하러 온 거냐? 검술 배운 뒤로 더 이상 볼 일 없다고 안 했었나?”

  “맞는 말이긴 한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아직 배우지 못한 게 있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뭐?”

  에반스는 씩 웃어보였다. 클라이프는 사내를 쏘아보았다. 에반스는 여전히 위압적인 스승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말을 이었다.

  “아무리 제가 염치가 없는 놈이지만, 사제의 연을 끊어놓고 다시 맺자는 말을 할 정도로 막나가는 놈은 아니거든요, 스승님.”

  “그럼 뭔데?”

  에반스는 멕베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영감님이 하려는 짓을 막기 위해서 보자고 한 겁니다.”

  멕베스는 코웃음 쳤다. 클라이프는 이게 무슨 되도 않는 상황이냐는 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에반스는 딱딱한 얼굴을 하고 멕베스가 들고 있는 작은 나무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 살아남은 건 스승님과 엘사 선배, 그리고 영감님과 저뿐입니다. 충분히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음에도 영감님은 독자적으로 저걸 넘기려 하십니다. 그것도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은 그분께.”

  “너희에게 의견을 구해봤자 반대할 게 분명한데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냐?”

  “그래서 거절하지 못할 거 같은 스승님에게 직접적으로 주려는 거 아닌가요?”

  멕베스는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는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에반스를 마주보았다. 에반스는 노쇠하였음에도 여전한 멕베스의 강인한 기백을 느꼈다. 그는 멕베스의 기선을 제압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조심스럽게 멕베스의 기백에 맞섰다. 

  이러다간 자신의 스승과 제자가 맞붙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리라 짐작한 클라이프는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그만들 하지.”

  에반스와 멕베스의 시선이 클라이프에게 향했다. 클라이프는 엘사에게 또 한소리 들을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에반. 넌 내가 그렇게 함부로 힘을 쓰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는데도 말을 안 듣는구나. 그리고 스승님은 에반의 상대가 안 됩니다. 그 ‘위대한 벽’에서 버티던 놈입니다. 저도 감당이 안 되는 마당에 스승님이라고 온전하시겠습니까?”

  멕베스는 울컥하는 심정에 클라이프에게 뭐라고 쏘아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클라이프의 몸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황금색 빛줄기를 보곤 입을 다물었다. 저건 ‘발라카스의 황금융해’다. 

  “저 지금 되게 머리가 아픕니다. 또 한소리 들을 거 같아서 짜증이 터지기 직전이거든요. 그러니까 스승님도, 에반 너도 나 좀 그만 괴롭혀라.”

  에반스와 멕베스는 헛기침을 하며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클라이프는 상황을 이해한 듯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일단 이 물건은 엘사를 데려오든지 해서 결판을 내지.”

  그리고 그의 말은 두 남자에게서 격한 거부반응을 이끌어냈다. 

  무척 당황한 듯한 에반스가 거칠게 손사래 쳤으며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인데 근심과 두려움이 떠오르자 더 험악해진 멕베스가 한숨을 토해냈다. 클라이프도 자신이 내뱉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멋쩍게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한참을 논쟁하던 세 남자는 결국 클라이프가 물건을 맡고 있다가 때가 되면 넘겨주기로 하는 것으로 논쟁을 끝맺었다. 

  클라이프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무상자를 바라보았다. 에반스는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팔짱을 끼고 클라이프와 나무상자를 쳐다봤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멕베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제 주사위는 굴려졌다. 클라이, 에반.”

  “혼자 멋대로 굴려버린 주사위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나는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내가 그분들께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건 여기까집니다.”

  불만을 있는 대로 표출한 에반스는 씩씩거리며 클라이프와 멕베스의 곁을 떠났다. 클라이프는 멀어져가는 제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클라이프를 쳐다보며 멕베스가 곰방대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아직도 미련이 남았냐?”

  “가르쳐주지 못한 게 너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저만큼이나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네요. 이 세상에는 넘쳐나는 게 강한 이들이죠. 비록 에반, 저 녀석이 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지만 그런 자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발라카스의 불’도 없는 놈이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발라카스의 초월기는 ‘발라카스의 불’이 없으면 완전하게 제어할 수 없잖습니까. 

  한번 ‘형벌’에 들어가면 절대 다시는 예전 몸으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발라카스의 불’ 없이 무리하게 초월기를 쓰다가 망가진 스승님의 몸을 보세요. 영원히 ‘형벌’이 계속되잖습니까. 그 증거로 스승님은 이제 ‘영혼소화’는커녕 평범한 불조차 못쓰시는 몸이잖아요. 아까부터 그 왼손, 안 쓰시던데 못 움직이시는 거죠? 한쪽 눈도 안 보이시고요. 숨기려고 하셔도 다 보입니다. ‘형벌’이 ‘처형’으로 가지 않는 대신 기백을 태우고, 기력과 몸도 불살라서 그런 거 아닙니까.

  거기다 에반스의 ‘완전연소’는 ‘부정연쇄’와 ‘청색발화’처럼 이 ‘불’이 있어도 사용자를 잡아먹는 막돼먹은 불이잖습니까. 상대적으로 얌전한 축에 속하는 제 ‘황금융해’와 스승님의 ‘영혼소화’와는 다릅니다. 한 번이라도 ‘완전연소’를 잘못 써 ‘형벌’에 들어가면 바로 에반스를 잿더미로 만들 겁니다. 

  저놈이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 ‘완전연소’의 힘을 최소한으로 빌리며 겨우 버티고 있는 거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한 상태입니다. 결국 평범한 불로는 감당하지 못할 상대를 만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으로 쓸 수 없겠죠. ‘완전연소’를 한계까지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멕베스는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연기가 폐 깊숙이 들어오는 게 느껴지자 멕베스는 연기를 내뱉었다. 연기는 크게 피어올랐다. 멕베스가 말했다.

  “너도 인정했지만, 저건 천재야. ‘위대한 벽’에도 갔다 온 놈이잖냐. 알아서 갈 수 있을 때 까지 스스로를 갈고 닦을 거고, 그 끝은 너와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 발라카스를 가르쳤으면, 그걸로 된 거야. ‘그을음’을 통해 얻은 ‘완전연소’를 충분히 제어할 거다. 네놈 제자를 지금까지처럼 믿어봐라. 아니면 설마 ‘부정시공’이라도 가르쳐 주려는 건 아니겠지? 내가 너에게 알려주긴 했지만, 피차 서로 ‘조건’이 안 돼 사용하지는 못하는 입장 아니냐. 승계할 수 없는 초월기만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술은 없지. 에반이라도 성공하길 바라느냐? 괜히 헛된 희망은 품지 말거라.”

  “노인들은 항상 그게 문제입니다. 멕베스.”

  멕베스는 한쪽 눈썹을 추어올렸다. 그는 클라이프가 자신을 ‘노인’이라 칭했다는 것보다 부정적인 어투와 함께 이름을 불렀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럴 때면 클라이프는 늘 멕베스를 놀라게 만들곤 했기에 막연한 기대를 품게 하기도 했다. 멕베스는 이어질 클라이프의 말을 기다렸다. 클라이프는 멕베스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스무 살이라도 결국 어린애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발라카스를 알고 사용할 수 있다한들, 이건 어디까지나 기초적인 것.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하는 기술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절대 혼자 힘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벽이 하나 있지요. 

  스승님이 저를 제자로 받으셨을 때 뭐라고 하셨습니까? 에반 같은 천재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결국 저도 혼자서 그 벽을 깨지 못했고, 발라카스의 절정은커녕 진의조차 깨닫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에반의 재능은 저 따위는 훨씬 상회합니다. 하지만 그 ‘벽’은 재능으로 해결 될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재능으로 넘을 수 있는 벽이었으면 스승님이나 저나 진즉에 더 높은 곳을 향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지금 스승님은 저보다 약합니다. 저는 에반보다 약하고요. 그렇지만, 제가 먼저 그 벽을 경험해봤기에 에반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스승님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하는 버릇이 있다고 저번에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멕베스는 제자인 클라이프가 스스럼없이 스스로가 더 강하다고 말하는 것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건 사실이었다. 클라이프가 스물세 살이 되던 해, 멕베스는 제자에게 패배했다. 벌써 11년이나 지난 일이다. 멕베스는 다른 것에 주목했다. 바로 클라이프의 마지막 말이었다. 멕베스가 무슨 의미인지 예측할 시간을 주지 않고 클라이프는 말을 이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도망칠 수 있었겠습니까? 반쪽짜리지만 전 ‘부정시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멕베스는 클라이프가 떠난 후에도 넋 나간 얼굴을 하고 클라이프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았다. 

  멕베스는 당황했다. 그는 그저 유흥삼아 가르쳐준 것뿐이다. 스승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 것이라 생각했고, 멕베스도 클라이프에게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클라이프는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어버렸다. 멕베스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쳤다.

  “이놈이…….”

  멕베스는 피식 웃었다.


태그
0 9959  lv 0 0% / 0 글 0 | 댓글 0  

게시물 주소 http://seednovel.com/pb/92105
트랙백 주소 http://seednovel.com/pb/tb/92105
22349 bytes / 183.109.150.17
목록

자유연재 검색된 1 / 2 Page, Total 26 Documents
번호 제목 이름 시간 조회 추천
26 잿더미. 10 0 9959 19.01.30 371 0
25 잿더미. 9 0 9959 19.01.30 404 0
24 잿더미. 8 0 9959 19.01.28 341 0
23 잿더미. 7 0 9959 19.01.26 385 0
22 잿더미. 6 0 9959 19.01.24 389 0
21 잿더미. 5 0 9959 19.01.23 381 0
20 잿더미. 4 0 9959 19.01.22 358 0
19 잿더미. 3 0 9959 19.01.21 357 0
18 잿더미. 2 0 9959 19.01.20 374 0
17 잿더미. 1 0 9959 19.01.19 336 0
16 잿더미 - Chapter. 겨울. 16 0 9959 19.01.17 373 0
15 잿더미 - Chapter. 겨울. 15 0 9959 19.01.16 407 0
14 잿더미 - Chapter. 겨울. 14 0 9959 19.01.15 371 0
13 잿더미 - Chapter. 겨울. 13 0 9959 19.01.14 369 0
12 잿더미 - Chapter. 겨울. 12 0 9959 19.01.13 842 0
11 잿더미 - Chapter. 겨울. 11 0 9959 19.01.12 418 0
10 잿더미 - Chapter. 겨울. 10 0 9959 19.01.12 373 0
9 잿더미 - Chapter. 겨울. 9 0 9959 19.01.10 371 0
8 잿더미 - Chapter. 겨울. 8 0 9959 19.01.08 364 0
7 잿더미 - Chapter. 겨울. 7 0 9959 19.01.07 395 0
전체목록 < 1 2 >


Page loading time:0.03s, Powered by pimangBoard v3
회원가입 | 정보찾기

연재

자유연재

공모전연재

베스트 작품

작품 홍보


▶ Today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