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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하나가 아니다. 옳은 정의란 없다. 서로의 정의를 위해 타인을 짓밟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이기적인 이들의 이야기.

[판타지,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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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없잖아.”

  갈라테아는 애꿎은 눈밭을 걷어찼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눈밭을 헤집었다. 만약 게오르그나 알타이르, 페아르가 있었다면 갈라테아에게 “이 설원 어디에서 꽃을 찾을래?”라고 한마디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충고를 해줄 의로운 친구들이 곁에 없기 때문에 갈라테아는 죄 없는 눈을 발로 차고, 할 수 있는 최대한 불량한 자세(방한복 주머니에 두 손을 집어넣고 건들거리는)로 땅에 침을 뱉었다. 그녀는 속 시원하다는 얼굴을 한 채 커다란 참나무에 등을 기대었다. 

  날씨는 점심이라 춥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쌀쌀하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기온이었지만 갈라테아는 가벼운 옷가지만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꽃을 찾아 엄마에게 선물할 생각에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발자국은 선명하게 남아 갈라테아를 반겼다. 그녀는 발자국이 사라지지 않는지 수차례 확인한 뒤에야 만족한 듯 앞을 향했다.

  “후후후. 게오르그가 말해줬거든. 발자국만 따라가면 눈밭에서 길 잃을 일은 없다고.”

  갈라테아는 게오르그가 해주었던 말을 떠올리며 웃었다. 하지만 너무 좋은 것만 생각하다보니 게오르가가 해주었던 말을 다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게오르그는 갈라테아에게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었지만,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언제나 조심하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특히 먹구름이 보일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돌아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갈라테아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먹구름은 몰려들고 있었다.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전혀 짐작조차 못하던 갈라테아는 총총걸음으로 엘사에게 줄 꽃을 찾아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뛰어다닌 후에는 반드시 발자국을 확인하는 걸 잊지 않았다.

  얼마나 숲속을 돌아다녔는지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게 됐을 즈음 갈라테아의 머리 위에는 먹구름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그리고 갈라테아가 지나온 길에 제법 오랜 시간 눈발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눈이다!”

  갈라테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를 보며 감탄했다. 자주 보던 것이지만 언제 봐도 새로웠다. 그녀는 눈밭에서 한 번 뒹굴어준 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엄마한테 혼날 것을 예상했다. 평소에는 엄청 상냥하지만 화가 나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 그리고 너무나도 예쁜 사람. 갈라테아는 꽃을 찾지 못해 아쉽지만 혼나는 것보다는 아쉬운 게 낫다고 여겼다.

  게오르그의 충고대로 발자국을 되짚어가던 갈라테아는 어느 순간 발자국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갈라테아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다시 뒤돌아갔다. 

  한참을 같은 행동을 반복한 후에야 길을 잃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갈라테아는 다시 발자국을 따라갔고, 발자국이 없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서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어린나이에 울며 주저앉는다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갈라테아는 그녀의 나이 또래 여자아이들이 보여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차분히 심호흡했다. 그리고 천천히 기억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또래 아이들이 보여주지 않는 행동을 하는 갈라테아가 그들보다 성숙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알타이르에게 들었던 충고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알타이르는 혹시라도 길을 잃을 상황이 발생할 시 기억을 더듬어 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가되 확실하지 않으면 가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구조가 올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고도 말했다. 갈라테아는 알타이르의 충고를 충실히 이행했다. 갈라테아는 자리에 가만히 멈춰선 채 꼬박 30분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나이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건 좀이 쑤셨다.
 
  알타이르가 알았다면 아무리 냉정한 그라도 당황했을 것이다. 갈라테아는 알타이르의 충고를 머릿속에 되새기며 지나왔는지, 그렇지 않은지 모를 확실하지 않은 길을 나아갔다. 갈라테아는 걸어가며 걷고 있는 이 길이 확실하다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알타이르가 봤다면 뒷목을 부여잡았을 광경이었다. 

  갈라테아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눈 덮인 대지 위로 피어난 새하얀 눈송이 같은 꽃들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했다.

  “우와…….”

  갈라테아는 기쁨으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곤 하얀 꽃을 향해 총총걸음으로 다가갔다. 

  꽃 앞에 쪼그려 앉은 갈라테아는 눈송이 같은 꽃을 유심히 살피었다. 꽃은 아름다운 보석 같았다. 그녀는 꽃잎을 만져보고 향기도 맡아보았다. 꽃잎의 감촉은 부드러운 실크를 만지는 듯했다. 향기는 살면서 처음 맡아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맡아 본 어떤 향기보다도 향기로웠다. 갈라테아는 눈을 반짝이며 꽃을 꺾었다. 꺾인 꽃은 눈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흩날렸다.

  충분히 꽃을 꺾었다는 생각이 들자 그것을 한데 모아 다발로 만들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꽃을 한데 모으자 정말 아름다웠다. 그녀는 얼음으로 만든 꽃다발이라고 생각했다. 갈라테아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꽃다발의 향기를 맡았다. 향기는 그녀의 어린 코를 간질인다.

  엘사에게 꽃다발을 선물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 순간만큼은 지금 길을 잃어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갈라테아는 방방 뛰어다니며 자신감 가득 한발 한발 내딛었다. 

  길을 가던 갈라테아는 작은 동굴을 하나 지나쳤다. 동굴 앞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춤을 춘 갈라테아는 기쁨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고는 다시 가버렸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단지 그녀가 다발로 만들어 들고 있던 꽃이 아주 특별한 꽃이었고, 그것이 풍기는 향기에 이끌려 잠을 자고 있던 덩치 큰 짐승이 깨어났다는 것이 문제였다.

  단잠에서 깨어난 덩치 큰 곰은 향기에 홀린 듯 갈라테아가 들고 있는 꽃다발이 풍겨대는 향기를 뒤쫓아 넋 놓고 걸어갔다. 

  클라이프가 사냥을 나가면 잡아오곤 했던 멧돼지보다 덩치가 거의 두 배는 더 큰 곰이 따라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갈라테아는 멀뚱멀뚱 자신을 쳐다보는 검은색 털을 가진 곰을 마주하고, 굳었다. 

  곰은 가만히 서 있는 갈라테아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너무 이색적이어서 갈라테아는 움찔움찔 뒷걸음질쳤다. 곰은 자연스럽게 그녀가 든 꽃다발을 향해 따라갔다. 

  물러서고 따라가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던 중 곰은 갈라테아의 두 손에 쥐어진 새하얀 꽃다발을 보았다. 곰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갈라테아는 갑작스러운 곰의 행동에 기겁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최대한 주의를 끌지 않으려고 소리를 내지 않는 건 좋았다. 하지만 무식한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는 곰을 보며 도저히 비명을 지르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꺄아악!”

  비명소리는 어두운 숲속을 매섭게 돌아다니며 메아리쳤다. 그리고 곰은 갈라테아의 비명소리에 반응했다. 곰의 눈에 이채가 돌기 시작했다. 곰이 울부짖었다.

  갈라테아는 미친 듯이 달렸다. 동년배 중 최저의 체력을 가진 그녀는 달리기 시작한지 십 초도 채 되지 않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여덟 살짜리 꼬마 아이가 달리는 속도는 곰이 뛰는 속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곰은 사나운 기세로 달려들며 주변의 아름드리나무를 들이받았다. 나무는 휘청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기울기 시작했다. 

  나무가 쓰러졌다. 산은 때 아닌 난동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갈라테아는 나무를 쓰러뜨린 곰을 피해 달리던 중 돌부리에 걸려 처참하게 나자빠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곰이 앞발을 들고 있었다. 갈라테아는 스스로도 알아듣기 힘든 비명을 내질렀다. 동시에 곰은 앞발을 내려찍었다. 

  대지에 금이 가는 듯한 소리가 숲을 울린다. 

  곰의 거대한 몸집이 가진 체중을 가득 실은 앞발은 무자비하게 눈밭을 강타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눈발이 사방으로 퍼진다.

  흩날리는 눈발 때문에 시계 확보가 어렵다. 하지만 곰에게는 상관없었다. 곰은 냄새를 좇았다. 잠을 깨운 꽃의 향기는 아직 건재했다. 앞발을 내려쳤을 때 찌그러지는 느낌이 없었다는 걸 상기해낸 곰은 갈라테아가 쓰러져 있던 자리를 유심히 살폈다. 갈라테아는 없었다.

  곰은 향기를 좇아 머리를 내밀었다. 냄새를 맡던 곰은 작은 구덩이를 발견했다. 얼굴만 간신히 집어넣을 수 있는 작은 구멍이다. 그곳에서 향기가 올라오고 있다. 곰은 구덩이에 얼굴을 집어넣었다. 

  곰은 갈라테아와 눈을 마주쳤다. 

  갈라테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검은 털을 가진 곰의 머리가 보이자 숨이 멎을 뻔했다. 곰은 갈라테아를 향해 잡아먹을 듯이 입을 벌렸다.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갈라테아의 정신은 비명을 지를 수 있을 만큼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다행히도 곰의 이빨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곰은 머리를 집어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머리는 들어가지 않았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던 곰은 구덩이에서 머리를 빼냈다.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곰이 포효를 내질렀다. 

  갈라테아는 정신이 멍해지는 걸 느꼈고, 다음 순간 기절했다. 

*
  
  “테아……, 당신이…… 데려갔냐고!”

  클라이프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야채가게에서 채소를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에 있어야할 엘사가 허겁지겁 뛰어왔다. 그들의 집에서부터 마을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그리고 그 거리를 전력으로 질주해 달려온 엘사는 말을 할 수 있는 게 신기한 상태였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녀를 진정시킨 후에야 제대로 된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클라이프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당신이 집에 있겠다고…….”

  클라이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엘사가 이럴 리가 없다. 분명히 갈라테아는 엘사와 함께 집에 있었다. 마을에는 클라이프 혼자 내려왔다. 그제야 사태파악이 된 클라이프는 느닷없이 소리쳤다.

  “테아!” 

  시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클라이프의 목소리는 인간의 목에서 나올 법한 게 아니었다. 마치 짐승의 포효소리 같았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 커서 가장 가까이 있던 가게 주인과 엘사의 정신을 멍하게 만들었고 다리에 힘이 풀리게 했다. 뒤늦게 주변을 둘러본 클라이프는 창백한 얼굴로 주저앉아있는 엘사를 안아들었다. 성인 여성의 몸을 마치 풍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볍게 들어 올린 클라이프는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갈라테아가 있을 곳이 생각나서가 아니다. 클라이프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정신없이 뛰던 클라이프는 어느새 마을 촌장의 집 앞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클라이프는 망설임 없이 촌장의 집을 향해 뛰었다. 엘사를 내려놓은 클라이프는 문을 부술 듯한 기세로 두드렸다. 그러고는 귀청 떨어질 것만 같은 큰 목소리로 촌장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라바사트! 라바사트! 영감님, 좀 나와 봐요!” 

  정숙한 채 하루 일과를 돌이켜보는 일기에 집중하고 있던 라바사트는 갑작스러운 호출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떤 놈이 격 떨어지게…….” 

  예순이 넘는 노인인 라바사트는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깎여나간 듯한 주름이 가득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라바사트는 이 시간에 찾아올 미련한 작자가 누구일지 심각하게 고민하며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온 몸으로 표출하고 있는 클라이프가 서 있었다. 라바사트가 무슨 일이냐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클라이프가 다급하게 말했다. 

  “딸이 사라졌습니다!”

  라바사트는 눈을 끔벅거렸다. 그가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클라이프가 무릎을 꿇었다. 라바사트는 퍽 당황했다. 클라이프는 남에게 쉽게 무릎을 꿇는 남자가 아니다. 라바사트는 클라이프의 행동을 보곤 단번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라바사트는 아직 색이 바래지 않은 검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짐작 가는 곳은?”

  클라이프는 고개를 저었다. 라바사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얘, 루야.”

  “예, 대장님.”

  루라 불린 청년은 라바사트의 뒤에 서서 기다렸다. 라바사트는 루를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 당장 블리츠에게 마을을 뒤지라고 해. 애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다 뒤져. 알겠지?”

  “남은 인원은 어떻게 편성하실 겁니까?”

  “거스팅, 쉬볼, 몰도르한테 마을 외각. 그리고 클라이프, 마룬, 에히놀, 딘, 게럴드는 산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라바사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루는 달려갔다. 클라이프는 라바사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해대었다. 라바사트는 클라이프를 일으켰다. 라바사트가 말했다.

  “무릎 꿇지 마. 멕베스의 제자라는 놈이 말이야, 아무한테나 무릎이나 꿇고. 보기 안 좋아. 그리고 그렇게 감사하다고 입이 닳도록 말할 필요 없어. 우리도 너희한테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뿐이니까.”

  라바사트는 그렇게 말한 뒤 엘사를 가리켰다. 클라이프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쳐 잠든 엘사를 집안에 데리고 들어갔다. 엘사를 침대에 눕힌 클라이프는 그녀의 금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춥지 않게 이불을 덮어준 클라이프는 밖으로 나왔다. 

  현관을 지나치자마자 낯익은 사내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라바사트는 클라이프의 정강이를 발로 차며 말했다.

  “이 머저리 새끼 허우대만 멀쩡해가지고……. 준비해. 산으로 갈 거니까.”

  클라이프는 라바사트에게 맞은 정강이를 만지작거렸다. 클라이프는 킬킬대며 웃고 있는 사내들을 향해 가벼운 욕지거리를 날려주었다. 그들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쳤다. 다른 사내들에게 지도를 펼쳐놓고 수색장소를 지시하고 있는 라바사트의 눈치를 보던 클라이프가 말했다.

  “도와줘서 고맙다. 마룬, 에히놀.”

  “하여튼 누구새끼한테 일만 받으면 되는 일이 없다니까.”

  “됐고, 밀린 봉급이나 줘. 8년 치.”

  마룬과 에히놀의 넉살에 클라이프는 허허 웃었다. 

  “미안한데 내가 지금 완전 거지라…….” 

  “너 거지인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무튼 딘이랑 게럴드는 어디갔냐?”

  “술집에 있을 걸?”

  “데려와, 에히놀.”

  “미치셨어요? 네가 데려오세요.”

  “내가 갔다 올게 얘들아. 그만 투닥거려…….”

  지시가 끝난 라바사트는 헛짓거리를 하고 있다 생각된 클라이프를 또 한 번 발로 찼다. 클라이프가 맥없이 맞는 모습이 즐거웠던 마룬은 큰소리를 내어 웃었다. 에히놀은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만지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가 폐 가득 들어찬 숨을 내뱉었다. 에히놀은 라바사트와 눈을 마주쳤다. 라바사트가 말했다.

  “정신 넋 빠진 새끼들아. 뭐하고 있어? 산에 오르기 전에 다들 무기 하나씩 챙겨라. 저 산 주인이 겨울잠을 잔다는 소리는 못 들었으니, 준비는 철저해야지. 만약 만나게 된다면 도망쳐라. 네놈들 같은 머저리들도 아직 죽고 싶진 않을 거 아니야? 자, 움직여.”

  라바사트가 횃불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신호로 마룬과 에히놀은 산을 향해 뛰어갔고 클라이프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엘사의 상태를 확인한 뒤 라바사트의 집밖으로 나왔다. 클라이프는 현관에 서서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서 있었다. 

  한동안 산속에서 일렁이는 횃불들을 응시하던 클라이프는 사람의 움직임이라고는 보기 힘든 몸놀림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술집에서 퍼질러 자고 있던 딘과 게럴드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분명히 먼저 출발해 산속을 헤집고 다니던 마룬과 에히놀을 따라잡고, 숲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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