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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온갖 의뢰와 잡일 따위를 도맡아 하는 조직의 통칭, 길드. 바로 여기에도 하나의 길드가 있다. 그 이름은, 어스. 매일같이 적자에 시달리는 길드의 상황으로 인해, 간부들은 골머리를 썩히고 있지만, 길드 마스터의 상태가?! 길드 어스에 어서 오세요!

[퓨전,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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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무능한 길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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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1512    추천 0   덧글 0    / 2019.01.26 09:08:20

10화.무능한 길드 마스터

 한숨을 쉬며, 로리먼트는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중 돋보이는 장식이 달린 열쇠는 다름 아닌 어스의 마스터키─이 열쇠만 있으면 길드의 어느 곳이던 방문이 가능했다. 보안상의 절차로 일부 간부들에게만 지급되어 있으며, 카로스의 방에도 제한적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길드 개편 이후 레드문이 일부 간부들에게만 지급한 것이며, 로리먼트는 카로스 몫의 마스터키를 대신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마스터 키는 나도 가지고 있어. 혹시 모르니까 레드문이 나눠줬던 거야. 그런데 처음으로 쓰고서 본 게 말이야……! 하, 이런 바보! 왜 여기까지 와서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만…! 오늘은 오시어스 온라인의 OBT였단 말이야! 봐! 사전 예약까지 해 놨다고!"
 모니터에는 사전 예약에 당첨되었으니 접속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떠 있었다.
 너무나 한심해 보이는 카로스를 보는 로리먼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렇게 심심하면 가서 레드문이나 돕던 지! 다들 뼈 빠지게 일하는 중인데 길드 마스터라는 사람이 혼자서만 놀고 있다니 이게 말이 돼?!"
 쌓였던 감정을 실었던 말이었지만, 카로스는 로리먼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책상에 놓여있던 식빵을 집어 우물거렸다.
 그 모습은 당연히 로리먼트를 발끈시켰다.
 "카카! 듣고 있어?"
 "뤠에드무는 워나게 이룰 잘 하으니끄아 아라서 잘 하게찌, 무어."(레드문은 워낙에 일을 잘 하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뭐.)
 "너 진짜……! 나랑 레드문이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알아?!"
 로리먼트가 주먹을 꽉 쥔 채 분노에 몸서리치고 있었지만, 카로스는 등을 돌린 채 더욱 자극하는 말을 던졌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렸던 오시어스 온라인의 오픈 베타 테스트(OBT)이다.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네가 화를 내봤자 전~혀 무섭지 않거든!"
 "너……, 너어──!"
 마음 같아서는 마력탄으로 날려버리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불가능하다. 보안을 위해 16층부터는 마나 차단기에 의해 마력이 차단되어있다.
 치료 행위의 마술이라면 어느 정도는 허용이 되지만, 그것도 제한이 걸려있다.
 "누가 지나가다가 슬쩍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분명히 길드 마스터가 혼자 놀고먹는다는 안 좋은 소문이 퍼져나갈…… 잠깐,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잖아!"
 습관적으로 한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말하던 로리먼트가 욱하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자신이 말함과 동시에 어스의 정체기에 카로스의 탓도 있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소파를 밟고 있어 시선은 카로스보다 높은 곳에 있었지만, 카로스가 고개를 까딱하는 정도의 차이밖에 없었다. 그 작은 덩치로 한 손에 든 문서를 무기마냥 휘두르며 카로스를 위협하는 모습에서 전혀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어린애가 떼쓰는 듯한 느낌이다.
 카로스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고, 두 눈으로 그걸 포착한 로리먼트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사실 로리먼트의 키는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었다. 다른 길드원들에 비해 약간 작아 눈에 잘 띄는 편일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순식간에 발화점까지 도달한 로리먼트는 몇 초 후 쌓였던 분노를 토해냈다.
 "비웃지 말라고 바보야! 나도 더 크고 싶었다고!"
 들고 있던 문서로 카로스를 난타하기 시작한다.
 "우와앗?"
 단순한 종이 뭉치로 타격해 아프진 않았지만, 카로스의 양팔이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싼다.
 팡! 팡!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수십 초간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던 로리먼트는 제풀에 지쳐 바닥에 주저앉았다.
 "로리먼트… 알았으니까, 딱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터 일할게."
 그 말을 들은 로리먼트가 한순간 매섭게 눈을 치켜떴지만, 아직 숨을 고르는 중이기에 거기서 그치고 말았다.
 '로리먼트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변할 때도 있구나…….'
 카로스는 새삼스럽게 감탄하며,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두었다.
 게임 패키지들도 로리먼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몰래 밀어 넣어둔다.
 "참… 정리를 꼬박꼬박 했으면 청소할 일도 줄어들 텐데 말이지요……!"
 "지금 치울게!"

 * * *

 그것이 카로스의 방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레드문은 그 놈이 뭐 그렇지─라며 가볍게 커피 잔을 홀짝거렸다.
 "…설마 그 녀석을 데려오면 뭔가 바뀔 거라고 생각한 거냐? 길드로부터 2년이나 등을 돌렸던 녀석이야. 지금의 길드에 카로스 같은 건 필요 없어."
 예상보다 더 심한 말에 로리먼트가 발끈하며 말한다.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카카는…! 길드 마스─."
 "─그 녀석이 저 꼴이 되고 나서 어스를 먹여 살린 건 누구냐? 카로스냐?"
 로리먼트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레드문은 언성을 높였다.
 "너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겠지. 하지만 너무 늦었어. 이제 와서 녀석을 다시 길드 마스터 자리에 앉힌다고 해도 길드의 대부분은 날 따르고 있어.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나?"
 불만이 가득 쌓인 얼굴을 한 채로, 로리먼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길드를 먹여 살리고 여기까지 발전시킨 건 레드문의 몫이 크다.
 실제로 2년 동안 길드 마스터 없이도 어지간한 일은 해냈으며, 오히려 카로스가 있을 때보다도 더욱 발전을 이루어냈다.
 레드문이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로리먼트는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대부분의 길드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차라리 이사회에서도 새로 길드 마스터를 뽑는 게 나을 거라는 의견이 나왔다. 다음에 열릴 회의에서, 아마도──."
 "모두는…… 아니야…! 그리고 카로스가 그렇게 된 건……!"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카로스는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의 사진을 보기만 해도, 그 증상이 나타나 버린다.
 길드를 구하기 위해서, 카로스가 얼마나 힘든 투쟁을 해왔던가, 그 결과 앨리스의 희생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 날 이후로, 카로스는 자신의 잘못이라는 자괴감과 온갖 악몽에 시달리다 길드를 떠나버리고 말았다.
 "카카가 불쌍하지도 않은 거야?! 우릴 위해서 저 꼴이 된 거라고! 최전선에서 나가서 싸웠던 건 항상 카카였으니까─!"
 "불쌍하다라, 넌 그 녀석이 '불쌍'해서 길드에 데려온 거냐?"
 "뭐라고……?"
 레드문은 커피 잔을 내려놓고 거만하게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섰다. 그 눈빛은, 경멸하는 듯한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고작 그 녀석이 가여워서 길드에 데려온 거라면, 그 녀석에게서 '길드 마스터'라는 직위는 필요 없지 않나? 애초에 최근에 그 녀석이 길드 마스터로써 일을 처리한 적은 있어? 어제의 일은 빼두고 말야. 이사회 중에서, 어스의 간부 중에서 카로스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 대부분은 나랑 똑같은 생각이다. 이참에 길드 마스터를 갈아치우고 더 능률 있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자고, 애초에 카로스는 지금 허수아비나 마찬가지고 약정에 따르면 녀석을 축출하는 데도 불가능할 건 없지."
 그 충격적인 말에 로리먼트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레드문 너는……."
 레드문은 코웃음 치며 삐딱하게 로리먼트를 내려다본다.
 "길드 마스터가 될 셈이야? 카로스를 쫓아내고…?"
 "그것도 나쁘지 않지."
 부정하지 않았다.
 설마 레드문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같이 해 왔던 동료를 버릴 셈이야, 레드문에게 인간성이 결여되었다고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상황까지 올 줄이야─.
 로리먼트 또한 더욱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레드문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어…! 카카를 버리다니, 카카는 그러지 않았는데……!"
 "그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릴 져버리지 않았지. 이번만 빼고 말이지?"
 차마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레드문은 이미 카로스를 버리기로 마음먹은 것만 같았다. 필시 그 준비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네가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렇지만, 그렇게 되게 두지는 않을 거야! 난 반드시……."
 "아리엔느씨?"
 로리먼트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용히 사무실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레드문은 그런 로리먼트를 보며 혀를 끌끌거리며 찼다.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그건 이미 지나간 나날일 뿐이니까, 카로스는 평생 과거에 갇혀 살라고 해라. 어스는, 그런 네 놈따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레드문 또한 로리먼트가 어떤 생각으로 이 자리를 찾았는지 명백하게 알고 있었다.
 필시 로리먼트는 카로스가 돌아오면 예전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하지만 'PTSD'라는 건 그렇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지금 일할 수 없는 녀석을 쳐내는 게 맞다.
 그것이 누구더라도, 지금까지 생사고비를 함께 넘나던 동료더라도, 지금은 길드를 위해 쳐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잔인하다고 해도, 현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레드문, 조금 봐주는 게 어떠냐?"
 어느 샌가, 검은 정장 차림의 답위가 와 있었다.
 레드문과 마찬가지로 홀대리가 건넨 커피를 한잔 마시며, 답위는 레드문의 옆에 기대어 섰다.
 "쓸데없는 참견이다. 준은 뭘 하고 있지?"
 답위는 아직 피로가 가시지 않았는지 길게 하품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카로스가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다면, 녀석은 수련장에 처박혀 있어. 그 녀석이 수련장에 다시 쳐박힌 것도 카로스가 나타난 영향이겠지. 준 녀석, 카로스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녀석을 이기겠다고 이를 가는 모습을 보면 참……."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커피를 들이키는 답위를 보며, 레드문은 말했다.
 "현재의 어스는 사실상 내가 만든 거야. 카로스같이 뒤늦게 나타난 낙하산 같은 녀석한테 그 모든 걸 내줄 수는 없어. 넌 어떻게 생각하냐?"
 답위는 약간 고민하는 듯한 태도로 주저하다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
 "하긴, 냉정하게 생각하면 네 말이 맞지. 카로스 녀석에게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새로 길드 마스터를 뽑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널 지지하는 녀석들도 꽤나 수가 많으니까 말이야. 다만─로리먼트의 행동은 주시해야겠는 걸, 저러다 무슨 사고라도 칠 것 같으니까."
 "…카로스도 로리먼트도, 만약의 경우에는 제압도 필요하겠지. 그때는 부탁한다, 답위."
 "…영 내키진 않지만 말이야. 어쩔 수 없지. 그럼 난 일하러 나가봐야되서 이만."

 * * *

 로리먼트는 다급하게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설마하니 레드문이 그런 생각을 품고 있을 줄이야, 카로스를 몰아내고 자신이 길드 마스터가 되려고 하고 있었을 줄이야─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루빨리 이 사실을 카카에게 전해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될 거라고,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로리먼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 사실을 카카에게 말한다면 더 커지지 않을까?'
 만약 카로스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레드문과 카로스는 필연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자칫하면 길드가 두 파벌로 나뉘어질 가능성도 있다.
 카로스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레드문에게는 2년 동안 수많은 부하들이 생겨났다. 레드문이 진심으로 카로스를 쫓아내려고 한다면, 그렇게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터이다.
 그렇다면 왜 그 사실을 로리먼트에게 알리는가? 카로스가 알게 됐다간 일이 꼬일 뿐일 텐데─.
 로리먼트는 미간에 격통을 느끼며 끙끙댔다.
 "으, 머리아파."
 생각보다 중대한 사안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좋을까, 카로스에게 말하는 편이 나을까? 아니면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까.
 말하지 않는다면 카로스는 길드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 다음 길드 마스터가 될 유력 후보는 아마도, 레드문이나 답위일 것이다.
 그런 결말은 원하지 않는다.
 카로스를 데려오면, 다시 길드로 데려와 그 상처를 치료한다면, 다시 예전처럼 웃으며 생활할 수 있을 텐데─자신은 분명 그걸 목표로 카로스를 데려왔을 터인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도저히 레드문을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설마 그런 꿍꿍이를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그렇다면 로리먼트에게 그 사실을 말한 것은 말한다 해도 불변할 법칙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과연 카로스에게 대항할 수단이 있는가, 레드문이 진심으로 행동한다면 카로스가 맞설 수 있을까.
 어쩌면 카로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길드원이 레드문의 편으로 돌아서서 혼자 고독한 싸움을 하게 될지 모른다.
 자신의 길드에서, 그렇게 되어버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으…… 어쩌면 좋아……."
 좌우간에, 일단은 카로스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한 로리먼트는 당당하게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그 안에 카로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로리먼트는 슬그머니 안쪽으로 들어갔다.
 집무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상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으며, 카로스의 안방이 되어버린 준비실은─어라?
 "이걸 다 치웠다고? 어느 틈에?!"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옆에 장식장이 하나 추가됐고, 정황상 그 안에 밀어 넣은 것 같았다.
 그리고는 어디로 외출이라도 한 건지, 카로스의 모습은 없었다.
 "설마, 그곳에?"
 다행히 로리먼트는 카로스가 갈만한 곳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길드는 찾지 않았어도, 꼬박꼬박 챙겨갔던 그 곳, 아마 카로스는 앨리스를 찾으러 갔을 것이다.
 "…왜 하필이면 이럴 때 길드를 비우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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