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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온갖 의뢰와 잡일 따위를 도맡아 하는 조직의 통칭, 길드. 바로 여기에도 하나의 길드가 있다. 그 이름은, 어스. 매일같이 적자에 시달리는 길드의 상황으로 인해, 간부들은 골머리를 썩히고 있지만, 길드 마스터의 상태가?! 길드 어스에 어서 오세요!

[퓨전,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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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준과 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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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1493    추천 0   덧글 0    / 2019.02.23 13:53:58


12화.준과 카로스

 슬금슬금, 남성은 뒷걸음질 치더니 이내 어디론가 달려나갔다.
 "…뭔가 일이 생긴 것 같단 말이야……."
 "너 때문이잖아! 만약 총에라도 맞았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때는 로리먼트 네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생각한 순간 로리먼트가 중얼거렸다.
 "…그렇게 간단하지만도 않단 말이야……."
 실제로, 머리나 심장을 맞으면 어찌해볼 틈도 없이 즉사한다. 방금 전 상황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카로스는 로리먼트가 저렇게까지 화내는 것도 머릿 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너무 몸을 막 굴리는 거 아니야?… 길드 일을 그렇게 했으면 말이야……. 으으─."
 주변에 웅성거리던 인파도 어느샌가 와해된 후였다.
 그대로 자리를 뜨려니, 아까의 남성 때문에 곤란해하던 여경관이 조심스럽게 카로스에게 걸어왔다.
 "…저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카로스입니다만……."
 이름을 듣고는, 어디선가 수첩을 꺼내들더니, 무언가를 끄적끄적 써내려간다.
 "방금전 결투는 보고서로 작성해서 위에 올리겠습니다. 어스의 길드 마스터 카로스라… 네, 됐습니다."
 여경관이 돌아가자, 왠지모를 불안감이 몰려왔다.
 "…뭔가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니겠지……."
 "모든 결투는 대개 기록되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모처럼 여기까지 나왔으니까 대장장이 할아버지네라도 들려볼까?"
 "대장장이 할아버지?"
 비록 대장장이 할아버지는 길드 소속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기계로 찍어내는 이 시대에 아직까지도 직접 대장간을 운영하는 70세의 근육질 노인이었다.
 여태 길드를 운영하며 대장장이 할아버지께 진 신세는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나왔으니 잠깐 인사라도 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대장간이 있는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럼 잠깐 인사라도 하고 갈까."
 카로스와 로리먼트는 사거리를 돌아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빌어먹을… 이대로 가만히 두나 봐라……!"

 * * *

 "대장장이 할아버지!"
 대장간의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가자, 로리먼트는 그 안쪽에서 무구를 다듬던 거한의 노인에게 안겨들었다.
 피어오르는 연기에 가려졌지만, 성인 남성의 머리 4개는 들어갈 법한 넓은 어깨와 190cm는 넘을 법한 키, 전신을 두르는 엄청난 근육이 한눈에 들어왔다.
 고도로 달련된 신체에서 유일하게 나이를 유추할 수 있는 건 70세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난 얼굴 뿐이었다. 덩치만 놓고 보면 도저히 70대의 할아버지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대장장이 할아버지는 스스로를 단련해오고 계셨다.
 누구나 위압감을 느낄법한 그 덩치에 로리먼트는 움찔거리는 기색도 없이 안겨들었다.
 애초에 대장장이 할아버지는 카로스와 로리먼트에게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한 두 번 봐온 모습도 아니기에, 보통 사람들은 기겁할 덩치에 익숙하기만 했다.
 "어서 오너라. 로리먼트구나."
 포근하게 안아주는 그 모습은 언뜻 보면 평범한 할아버지와 손녀로 보일법한 광경이었다.
 대장장이 할아버지의 손은 거칠고 투박하긴 했지만, 무척이나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었으며─겉으로 보이는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다르게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카로스와 로리먼트는 알고 있다.
 특유의 거대한 덩치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갖가지 이유로 오해받는 일이 잦았지만, 하루 이틀 마주하는 광경도 아니기에 대장장이 할아버지도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웃으면서 넘길 뿐이었다.
 반갑게 손녀를 맞이하듯 몸을 낮춰 로리먼트를 환영해주던 대장장이 할아버지는 의외의 말을 꺼내 들었다.
 "준도 와 있단다."
 "준도 와 있어요?"
 말하기 무섭게 안쪽에서 준이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준 또한 대장간에 볼 일이 있었던 걸까, 어깨에 매고 있는 메이스에서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고 있다.
 하지만 그 차가워보이는 눈빛에는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을 반증하듯, 준의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
 준은 대장장이 할아버지와 로리먼트에게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무시로 일관하며 가만히 문가에 서 있던 카로스에게 다가갔다.
 소리없이 다가서는 준을 보며 왠지모를 경계심을 느낀 건 카로스와 로리먼트 둘 다 마찬가지였다.
 성큼성큼 다가가던 발소리가 멈추고, 준은 카로스를 마주보며 넌지시 인사를 건넸다.
 "…카로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다."
 "나도 마찬가지야, 준."
 둘 사이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장장이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있던 로리먼트는 고개를 빼꼼 들어 카로스를 불렀다.
 "카카, 거기 서 있지 말고 들어와."
 "……."
 말없이 들어가는 카로스를, 준의 오른손이 가로막는다. 카로스에게 무언가 용건이 있는 것일까─.
 "무슨 용무야?"
 의아해하는 카로스의 앞에서 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잊고 있진 않았겠지. 다음에 만나면 대련에 응해주겠다고 했던 말, 지금 지켜줘야겠다."
 어스에서 만났을 때도 준은 같은 말을 했었다. 카로스와 예전에 나눴던 약속─대련을 행하기 위해서, 준은 이 자리에 나와있던 걸지도 모른다고 카로스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준은 마치 카로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행동을 읽힌 걸 지도 모른다.
 카로스는 지금은 가능하면 준과는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이렇게 되서야 저번처럼 물러설 수도 없었다.
 사실, 준과 대련하는 걸 두려워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의 자신과 준은 너무나 차이가 난다고, 카로스 본인도 느끼고 있었다. 말하자면, 혹시 모를 패배를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예전부터 늘상 대련해왔던 준에게, 왠지모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또?"
 준의 말에 로리먼트가 질색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반면, 카로스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준의 승부 요청을 받아들였다.
 "무구는 내가 마련해주마. 목검과 방망이면 충분하겠지? 아니면 설마 진검 대련을 하려는 게냐?"
 약간 걱정스런 얼굴로, 대장장이 할아버지가 양손 가득 목검과 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목검으로, 클린 히트로 하지."
 "좋아."
 준 또한 카로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진검 승부도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이 룰은 가벼운 타격은 타격으로 치지도 않는다. 그저 깔끔한 한 방으로 승부가 나는 방식이었다. 잘하면 초격에 끝날 수도 있었지만, 카로스는 그럴 자신은 없었다.
 그럼에도 받아들인 까닭은, 이 자리에서 물러서고 싶지 않다는 마음 또한 가슴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기, 괜찮은 거야? 카카……."
 둘을 지켜보던 로리먼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조금 피곤하지만… 괜찮을 거야."
 카로스가 목검을 집어들고, 준은 방망이를 집어든다.
 "따라나와라, 카로스."
 준은 방망이를 가볍게 붕붕 휘두르고는, 카로스를 데리고 대장간의 뒷편으로 향했다.
 로리먼트와 대장장이 할아버지는 뒤에 기대어 서서 둘의 대련을 심판하기로 했다.
 그렇게 대장장이 할아버지의 신호를 두고 카로스와 준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후우─."
 장기간의 부재를 겪은 카로스에게 있어서 대련은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었다.
 상대는 다름 아닌 어스의 간부인 준, 준과는 예전부터 쭉 대련을 반복하며 함께 수련해왔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맴돌았다.
 준의 눈빛에는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진심으로 카로스를 쓰러뜨리겠다는, 그런 신념이 묻어나오는 듯 했다.
 카로스는 자세를 잡은 채 대장장이 할아버지의 신호를 기다렸다.
 "그럼, 정정 당당하게, 시작!"
 대련이 시작되기 무섭게 카로스가 땅을 박차며 선제 공격을 가했다.
 공격은 가벼운 수직베기로, 준의 정수리를 정확히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준에게 닿기 직전 '딱'하는 소리와 함께 멈추었다.
 준이 나무 방망이를 위로 치켜 들어 막아낸 것이었다.
 "검격이 가벼워졌구나, 카로스."
 예전에 비해 가볍다고 평가된 카로스의 공격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파훼되었다.
 그대로 카로스의 목검을 튕겨내며─준이 반격한다.
 이어지는 연격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수평베기, 바람을 가르며 카로스에게 날아들었지만 카로스는 여유롭게 뒤로 빠져나와 방망이의 사거리에서 벗어났다.
 "메이스였다면, 더 좋았을 것을."
 준의 일격은 한방 한방이 파괴적인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물며 메이스도 아닌 방망이를 들고서도 이 정도의 파괴력이다. 만일 메이스를 들었다면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제아무리 카로스라 할 지라도 제대로 맞았다간 생사를 보장할 수 없었다.
 카로스는 힘겹게 준의 일격을 막아서며 밀려났다.
 로리먼트와 대장장이 할아버지의 눈에도, 카로스가 힘대결에서 밀리는 게 한 눈에 보일 정도로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이 공세에서 벗어나야 해…!'
 대각선으로 내려찍히는 방망이를 스쳐 지나가게 막아낸 후, 카로스는 곧바로 몸을 틀어 준의 다리를 노리고 있는 힘껏 목검을 그었다.
 "눈에 보이는 공격이다, 카로스."
 하지만 준은 순식간에 방망이의 궤도를 틀어 다리로 날아드는 목검을 막아냈다.
 카로스는 이 이상의 연계 공격은 역으로 자신에게 불리하다 판단하고 일단 뒤로 물러섰다.
 준이 강하단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자신이 없던 사이 이 정도로 성장할 줄은 몰랐다. 만약 메이스를 든 진검 승부였다면 카로스는 벌써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목검과 방망이라고는 해도 이 정도의 힘이 실려서야, 그야말로 치명적인 위력이다.
 승리 목표는 클린 히트 한방, 제대로 한 대를 적중시키기만 하면 그 순간 승부가 갈린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준이었다.
 목검과는 달리 클린 히트가 조건이라면 방망이는 목검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거기에 준의 실력까지 더해진다면, 이것은 대련이라고 할 지라도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거기에 더불어 준은 카로스가 물러서기 무섭게 다시 한번 날아들어 방망이를 휘둘렀다.
 말 그대로 잠깐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카로스를 구석으로 몰아붙인다.
 방망이와 목검을 사이에 둔 힘 대결에서 카로스가 옆으로 슬쩍 빠져나가며 비어있는 준의 어깨를 노리고 베었지만, 얕았다. 고작 이 정도의 타격은 클린 히트로 쳐주지 않는다. 그러나 준에 대한 견제로는 충분할 것이다.
 예상외에 반격에 준은 적잖이 놀랐는지 카로스를 견제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거 예상보다 날카로운 공격인데, 카로스, 놀고 먹기만 한 건 아니었나 보네. 그 기세로 와라!"
 "물론이지!"
 있는 힘껏 돌진하며 내지르는 찌르기는 페인트, 상대를 속이기 위한 거짓된 찌르기이다. 카로스는 그대로 궤도를 틀며 왼손으로 낚아채 수평으로 목검을 그었다.
 준은 이를 방망이를 옆으로 틀어 막아낸다. 그리고 곧바로 반격─, 숨막히는 공방전이 펼쳐졌다.
 "…예전보다 몸이 무거워졌어……!"
 확실히 2년간 방에 틀어박혔던 몸이다. 근력이나 순발력으로는 지금까지 계속 수련해왔을 준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대련이기는 해도 이건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이다.
 게다가 준과의 오랜 약속이기도 했다. 어렴풋이 대충 하는 건 예의에 맞지 않는다.
 그렇기에 카로스 또한, 진심을 다한 일격을 쏟아냈다.
 준의 일격을 정면에서 막으려 했다가는 목검이 부러질 위험이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가능한 비스듬히 받아내 흘려보내야했다.
 방망이가 목검을 타고 미끄러져 바닥을 내리찍는다.
 다소 위력이 감화됐지만 준의 일격으로 바닥이 움푹 패였다. 그야말로 눈앞의 상대를 쳐부숴주겠다는 집념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일격이었다.
 방망이를 발로 밟은 채 카로스가 목검을 휘두르자 준이 왼손으로 받아낸다.
 "어?"
 그리고 그대로 카로스를 반대쪽으로 거세게 잡아당겼다. 방심했던 카로스는 그저 끌려갈 뿐이다─.
 "이런……!"
 날아간 순간 중심을 잃은 카로스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러나 방망이를 고쳐잡은 준은 또 다시 자비없이 카로스에게 달려든다.
 "크아아아!"
 카로스의 관자놀이로 날아드는 방망이를 황급히 받아쳐내자, 목검에서 쩌걱─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이상은 위험했다. 하루 빨리 클린 히트를 적중시켜야한다.
 하지만 조급함은 패배를 부른다. 어딜 노려야 할지, 카로스는 필사적으로 눈을 굴리며 약점을 찾았다.
 준의 거친 공격은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때론 가볍고, 때론 무거운 일격으로 카로스의 중심을 연신 깨놓는다.
 이 대장간에서의 대련은 그야말로 준을 위한 무대나 다름 없었다.
 다시금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던 중, 카로스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준의 약점은 옆구리와 다리야.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약점을 간파하고 공격해야만 해!'
 ─그런 사고를 준의 방망이가 날아들며 사사건건 방해한다.
 준은 그런 카로스의 속내를 간파하고 맹렬하게 눈빛을 번뜩인다.
 그리고 한순간, 목검을 정확히 노린 준의 일격에 카로스의 목검이 하늘로 튕겨나갔다.
 "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카로스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준의 방망이가 카로스의 가슴팍으로 작렬한다. 그리고─.
 "크헉──!"
 카로스는 준의 방망이에 정통으로 맞아 그대로 날아가며 바닥을 몇 번이나 구르고서야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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