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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온갖 의뢰와 잡일 따위를 도맡아 하는 조직의 통칭, 길드. 바로 여기에도 하나의 길드가 있다. 그 이름은, 어스. 매일같이 적자에 시달리는 길드의 상황으로 인해, 간부들은 골머리를 썩히고 있지만, 길드 마스터의 상태가?! 길드 어스에 어서 오세요!

[퓨전,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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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역시, 귀찮은 일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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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1467    추천 0   덧글 0    / 2019.02.26 06:49:35

13화.역시, 귀찮은 일이 되고 말았다.

 "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카로스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준의 방망이가 카로스의 가슴팍으로 작렬한다. 그리고─.
 "크헉──!"
 카로스는 준의 방망이에 정통으로 맞아 그대로 날아가며 바닥을 몇 번이나 구르고서야 멈추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카로스는 깨닫지 못했다.
 하늘에 떠올랐던 목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쩌적 소리와 함께 두 쪽으로 갈라진 후에야, 카로스는 방금 일어났던 일을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명실 공히 준의 선제 타격이었으며, 그 말은 곧 준의 승리다.
 "…카… 카카!"
 로리먼트가 달려 나온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카로스가 준에게 패배하다니, 그런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놀란 것은 로리먼트뿐만이 아니었다. 준을 제외한 모두가 그 승부 결과를 놓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졌다…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카로스에게, 준은 마음에 들지 않는단 표정으로 말한다.
 "…시시한 놈, 내가 바랐던 승부는 이런 게 아니었다. 이 승부는 미루도록 하겠다."
 아직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두를 두고, 준은 대장간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괜찮느냐? 카로스야, 그럴 수도 있단다. 너무 염려치 말거라."
 대장장이 할아버지의 거친 손이 카로스를 붙잡아 일으켜 세운다.
 카로스는 맥없이 인형마냥 제자리에 서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준이 저렇게까지 강했던가.
 자신이 보낸 2년과 준이 보낸 2년간의 격차는 이런 것이다.
 항상 간발의 차로 이겼던 준에게 처음으로 패배를 맞이하고 말았다.
 약해진 건 카로스 자신이었다. 그리고, 강해진 건 준이었다.
 자신이 2년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준은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하여 지금에 이르렀고 마침내 대련에서 카로스를 꺾은 것이었다.
 거기서 오는 충격을, 카로스는 얼마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카카…."
 곁에 다가온 로리먼트가 카로스를 부축하며 일어섰다.
 "…괜찮아. 다치진 않았으니까."
 겉으로는 그렇게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지만, 카로스의 내면은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준에게 맞은 자리는 새파랗게 멍이 들기는 했지만, 보이는 것처럼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대련이었으니, 준도 마지막에는 힘을 빼줬을 터이다.
 카로스는 상처에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겉옷을 걸쳤다.
 "나도 놀랐어……. 설마 준이 그 정도로 성장했을 줄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는 말고, 카카……."
 그렇지만, 카로스에게 있어서는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이 완전히 가시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카로스와 로리먼트의 앞에 대장장이 할아버지가 마실 것을 가져왔다.
 "…오늘은 준의 메이스를 손질해주었다. 설마 이렇게 갑작스럽게 대련이 펼쳐질 줄이야……. 예상치도 못했구나."
 "안부 인사나 할 겸 들렸던 거예요."
 카로스는 대장장이 할아버지가 가져다주신 밀크티를 홀짝거렸다. 그 옆에 다소곳이 앉은 로리먼트는 밀크 티가 뜨거웠던 지, 그저 손에 들고만 있었다.
 "카로스야, 네 검은 수리할 필요가 없겠느냐? 이참에 잠깐 보여주지 않으련?"
 "네, 잠시 만요."
 잔을 내려놓은 카로스는 각인된 네로를 소환해 대장장이 할아버지의 앞에 슬며시 내려놓았다.
 겉으로 보기에 별 다른 이상은 없어보였다.
 이가 나간 곳도, 색이 바랜 곳도 없었다.
 "…하긴 사용할 일이 없기도 했겠지……."
 로리먼트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져 카로스는 절로 움찔거렸다.
 "그러고 보니 카로스야, 최근 2년 동안 뭐하고 지냈느냐?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더구나."
 가슴에 뜨끔 하는 것이 있어, 카로스는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건……."
 "…방에 틀어박혀서 실컷 게임이나 했겠죠."
 "맞아……."
 우물쭈물하는 카로스 대신에 옆에 있던 로리먼트가 대답해주었다.
 "그랬구나. 가끔은 우리 대장간에도 들려주렴. 요즘 근처에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대장간이 잘 안 보이게 됐지만 매출에 지장은 없단다. 요즘 트렌드는 치킨이라고 하더구나. 하하하……."
 "대장장이 할아버지는 가끔 닭가슴살로 식사를 대체하셨죠?"
 "암, 그렇고말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섭취는 중요하지."
 "설마 근육을 더 키우실 생각이에요?"
 로리먼트가 살짝 질색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건강한 건 좋은 거니까, 강인한 육체만 있으면 모든 걸 헤쳐 나갈 수 있단다."
 그렇게 말하며 알통을 만들어 보이는 대장장이 할아버지의 앞에 선 카로스와 로리먼트는 저도 모르게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 맞아! 카카, 곧 있으면 창립 기념일이네? 대장장이 할아버지도 그때 오세요! 파티가 열릴거에요!"
 카로스는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로리먼트의 말을 이해했다.
 '창립 기념일이라, 분명 날짜가……. 이런, 다 다음 주였잖아? 새까맣게 잊고 있었어…….'
 창립 기념일에는 길드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길드를 비웠던 카로스도 창립 기념일 때는 방문객으로 위장해서 숨어든 적이 있다.
 대장장이 할아버지는 호쾌하게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정말로 이 몸이 가도 되는 거냐? 하하하, 고맙구나…. 꼭 가도록 하마."
 대장장이 할아버지네 대장간을 나온 카로스와 로리먼트는 대장장이 할아버지에게는 들리지 않게 조용히 소곤거렸다.
 "…있잖아, 로리먼트. 대장장이 할아버지 어깨가 더 넓어지신 거 같아."
 "대장장이 할아버지는 계속 운동만 하시니까……."
 그리고는, 카로스를 쳐다보며 말한다.
 "너도 운동좀 해."
 "갑자기?!"
 "체력은 키워야 될 거 아니야? 아까도 예전 같았으면 그렇게 숨이 차진 않았겠지, 아마?"
 확실히 로리먼트의 말이 맞았다.
 승/패는 고사하고, 대련 시간은 고작해야 2분 남짓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고작 2분 만에 체력이 모두 소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준에게 패배했던 것도, 동체시력이 느려졌기 때문일까. 만전의 상태였다면 그렇게 맥없이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왠지 파르페가 먹고 싶은 걸……. 마카롱도 끌리고……. 잠깐 디저트 카페에 들렸다 가지 않을래? 카카."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이는 목소리였다.
 "응? 딱히 상관은 없는데……. 들렸다 갈까?"
 "응!"
 로리먼트는 해맑게 웃으며 카로스의 손을 붙잡고 이끌었다.

 * * *

 시간은 노을이 지기 시작한 늦은 오후, 어스의 정문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그 중심에 선 카로가 말했다.
 "그러니까… 난 카로스가 아니래도……? '카츠포스·로젠'이라고, 귀가 안 들리는 거냐? 날 그딴 놈이랑 착각하지 마! 짜증나니깐……."
 카로의 앞에 선 붉은 정장 차림의 사내는 영문 모를 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우리 길드원과 결투를 했단 말이지? 다 듣고 왔다!"
 아무리 대화해도 의견은 좁혀지지 않는 것 같았다. 애초에, 붉은 사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둘 사이에 또 한 명이 끼어든다.
 찰랑거리는 긴 금발머리에 작은 체구의 소녀는, 길을 가로막는 사내들에게 큰소리로 엄포를 놓았다.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이 몸이 지나가는데 감히 길을 막다니 가소롭도다! 당장 비키지 못할까!"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강인한 목소리였다.
 "어……."
 금발 소녀의 노성에 길을 막던 사람들이 비켜선다.
 그 모습을 보며 금발의 소녀는 밑도 끝도 없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혀를 찼다.
 "쯧, 한심한 녀석들…… 감히 이 '세르니아·블러디레인'의 앞길을 가로막다니 백년은 이르도다!"
 패기가 넘치는 금발의 소녀가 완전히 지나간 후에야, 두 사람은 말싸움을 계속했다.
 "카로스를 찾았다면 잘못 짚었어. 난 카로야, 카로스가 아니라고, 그 짜증나는 녀석이랑 착각하지 말아 주겠어?"
 "그놈이 그놈 아닌가? 아무튼 너희 어스의 길드 마스터를 데려와라! 내가 혼쭐을 내주겠어!"
 자신만만하게 두 주먹을 맞부딪히며, 사내가 말한다.
 그 모습을 보던 카로의 머릿속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녀석이 제아무리 잘났다고 한들, 그 양팔 양다리를 못 쓰게 만들면 끝이다. 카로에게는 그들을 일격에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처음부터 카로는 어스의 어드민 등급 중 순수 개인의 강함으로는 첫 번째에 꼽히는 인물이다.
 카로는 자신의 손등에 각인된 부정형의 문양을 보며, 눈앞의 사내를 한껏 비웃어주었다.
 "애초에 카로스가 없어도 네 녀석들 따윈 나 혼자서 충분하다."
 "이놈, 도발하는 거냐!"
 그 순간, 카로의 눈에 저 멀리서 걸어오는 카로스와 로리먼트가 보였다.
 "저기 오는구만, 잘 해봐."
 그 둘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카로는 여유롭게 풍선껌을 불고는 길드로 돌아갔다.
 '그 녀석 일에 굳이 내가 힘을 쓸 필요는 없지.'
  잠시 멍하니 서 있던 붉은 정장의 사내는 성큼성큼 카로스의 앞에 나갔다.
 "그렇군, 이쪽이 카로스란 말이지?"
 당연히 카로스와 로리먼트는 영문 모를 사내의 환영에 당황하며 물러섰다.
 "무슨 일 있나요? 왜 이렇게 소란스럽죠?"
 "네 녀석이 어스의 길드 마스터 카로스냐? 방금 전 녀석이랑 착각했던 모양 이다만, 난 아스트리의 길드 마스터 '마크'라고 한다! 네 녀석이 우리 길드원과 명예 결투에서 비겁한 편법으로 이겼다고 들었다!"
 붉은 정장 차림의 사내는 자신이 길드 아스트리의 길드 마스터라고 소개하며 멋쩍이게 양팔을 벌려 환영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아스트리라, 익숙한 이름에 카로스는 좀처럼 기억해내지 못하다 한참 후에야 낮에 마주쳤던 길드원이 소개했던 길드 '아스트리'에 대해 떠올려냈다.
 "편법이라니?"
 "네 녀석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지 않고 우리 길드원을 일방적으로 괴롭혔다고 들었다!"
 "뭐?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 말에 카로스는 기가차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내뱉고 말았다.
 편법이라니, 편법을 사용한 쪽은 총을 사용한 상대방 쪽이다. 카로스는 정정당당하게 임했고, 그때의 후줄근한 차림의 길드원은 결투에서 패배한 게 분한 나머지 길드 마스터한테 이렇게 보고한 것처럼 보였다.
 어처구니가 없어 코웃음만을 치는 카로스의 앞에서, 마크는 당당하게 선포했다.
 "아무튼! 네 녀석들한테 3:3 길드 대전을 요청한다! 우리 길드 최강의 세명이 네 녀석들을 묵사발로 만들어줄 거다!"
 "어떡하지, 카카……. 역시 성가신 일이 돼 버렸어……. 길드 대전이라니… 이 상황에……."
 길드 대전이라, 기억 속에 따르면 길드 전쟁과는 별개로 정해진 소수의 인원으로 결투에 임하는 것을 뜻했다.
 길드 전쟁이 사무직, 전투직 가리지 않고 길드 전체가 임하는 싸움이라면, 길드 대전은 길드 마스터와 간부 일부가 겨루는 일종의 대결과 가까운 형태였다.
 "자, 쫄아서 내뺄 테냐? 카로스!"
 붉은 정장의 길드 마스터, 마크는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그렇게 엄포를 놓았다. 아무래도 꽤나 호전적인 인물인 것 같았다.
 "…그 이전에 오해는 풀었으면 좋겠는데, 그쪽은 총을 사용했어. 명예 결투라고 말하고 말이야. 편법을 쓴 건 내 쪽이 아닌 그 쪽이야."
 "뭐라고?! 네 녀석들의 말을 믿을 성 싶으냐!"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건가, 아스트리의 길드 마스터는 자신의 길드원을 믿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아무리 치졸하고 옹졸한 행위를 저지르는 악질 길드원이라도─.
 "카카…… 이 사람, 말이 안 통해."
 "뭐라고?! 모든 무대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경찰의 승인도 받아놨어! 비겁하게 내뺄 셈이냐! 졸렬한 어스 놈들아!"
 역시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것은 귀찮은 일이라고, 카로스는 생각했다.
 설마 그 일이 이렇게 번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권총을 사용하는 비겁함을 넘어서 자신의 길드까지 끌어들이다니, 참으로 성가신 일이 되고 말았다.
 "그 말은 넘겨듣기 어렵겠는데, 길드 마스터 양반."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니, 곱슬머리의 사내가 메이스를 어깨에 걸친 채 서 있었다.
 "준?"
 카로스와는 짧게 시선을 주고받으며, 준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로리먼트에게는 어쩐지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준은 당찬 발걸음으로 아스트리의 길드 마스터 마크의 앞까지 걸어 나갔다.
 카로스는 어쩐지 준이 앞으로 행할 일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모욕을 들어서야 준의 성격상 그냥 받아넘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상대방의 도발에 넘어가는 꼴이 되어 버린다.
 "준, 이 자리는 내가 해결할게. 길드 마스터는 나니까."
 그러나 그런 카로스의 제안을 무시하고, 준은 당돌하게 말했다.
 "그 길드 대전, 받아들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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