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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먹는 악마 by 레시라스

\'언제부터 였을까 감정을 잃은채 감정을 괴롭혀야 하는게 기분이 나빴던 것은\' 눈물이라는 슬픔의 증거를 삼키며 슬퍼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루마, 루시. 다시는 슬퍼하지도 사랑하지도 않겠다는 그녀의 다짐을 그녀는 지킬 수 있을까.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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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7    추천 0   덧글 0    / 2019.11.25 18:12:28
폭발의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방어막이 전개되었다. 둔탁하고 무거운 것이 방어막에 튕겨지는 소리가 났다.

침대를 정말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천장의 잔해들이 먼지를 뿌옇게 냈다. 먼지 속에서 내리쳐지는 한 도끼가 달빛을 받아 번뜩였다.

팅!

도끼는 한번 더 방어막에 튕겨졌다. 하지만 방어막은 빠르게 균열이 생기더니 완전히 깨져버렸다.

충격파에 먼지가 사라지고 도끼의 주인이 얼굴을 드러냈다.

회갈색의 피부, 인간의 크기가 아닌 거대한 몸은 그를 괴물처럼 보이게 했다. 그런 그도 남자와 여자의 것과 같은 푸른색의 망토를 입고 있었다.

루시는 손을 뻗었다. 어느새 만들어진 마법진이 그의 배를 향했다. 구체가 발사되고 남자는 밀려났다.

도끼를 휘둘렀지만 아슬아슬하게 루시를 피해갔다. 남자의 몸이 점점 밀려 벽을 부수고 길가로 떨어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여관의 간판이 그의 몸 위로 떨어졌다.

루시는 손에 마정석 하나를 쥔 채로 부서진 벽을 향해 달렸다.

활시위의 소리. 루시는 곧바로 마정석을 깨부쉈다.

화살이 방어막에 막힌 순간 루시는 높게 뛰어올랐다.  뛰어오른 루시는 건너편의 건물 옥상에 안착했다.

옥상에 몸을 던진 것과 다름없는 루시는 한참을 굴러 옥상의 울타리에 부딪혔다.

먼지도 털지 못하고 일어난 루시는 건너편을 노려봤다. 석궁을 든 남자는 건물의 구멍으로 걸어나와 루시를 쳐다봤다.

얼굴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루시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루시는 그 사람의 주변을 쭉 살피고는 눈을 찡그렸다.

여관의 지붕 위, 옆 건물의 창문, 한 층 너머의 좁은 골목길까지. 어느샌가 나타난 수많은 사람들.

어떻게 숨어있었는지도 모를 수많은 이들이 루시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같은 푸른색의 망토를 입고 있었다. 각기 다른 무기들을 들고 있는 그들은 많이 모순되어 있었다.

석궁의 화살이 다시한번 발사되어 방어막이 깨졌다. 튕겨나간 화살은 불안하게 루시의 발 앞에 정확히 떨어졌다.

루시는 허리춤에 매고 있는 마정석 가방의 위치를 잘 조절했다. 그순간 거리로 떨어졌던 거구의 남자가 괴물같은 포효를 내뱉었다.

루시는 한번만 봐주어달라고 부탁을 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그녀도 멋대로 방에 친입한 것에 대한 잘못이 있는거니까. 그것이 아무리 생존을 위해서라도.

루시는 달렸다. 포효를 나팔 소리 삼은 그들은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루시는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폴링!'

마음 속으로 속삭일 필요는 없었지만, 루시는 폴링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그녀의 부츠 밑 창에 푸른빛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두 개에 마법진은 저절로 빛을 내기 시작했고, 루시를 천천히 땅에 내려주었다. 가볍게 아래쪽 지붕에 안착한 그녀는 냅다 달렸다. 아직 목적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여기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휘이이익! 바람을 뚫고 무언가가 날아왔다. 아직 방어막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루시는 몸을 돌린 채로 뛰어올랐다. 루시는 등으로 지붕 위를 잔뜩 쓸며 넘어졌다.

등이 따가웠다. 오늘 산 망토인데 라는 생각이 루시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몸을 일으키는 루시.

"워메!"

루시의 갈색 눈이 공처럼 휘둥그래졌다. 그녀의 가랑이 사이, 한 길쭉한 창이 대롱대롱 흔들렸다. 루시는 벌래라도 본 것처럼 기어서 뒷걸음질을 쳤다.

루시는  뒷걸음질을 치며 조금 더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자신이 있던 옥상의 울타리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손에는 무장 하나 없는 것을 보니 창의 주인인 것 같았다. 후드 속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루시를 응시하고 있었다.

루시는 쭉쭉 뒤로 기어갔다. 그러자 처마 끝에 엉덩이가 딱 걸렸고, 루시는 아래쪽으로 몸을 던졌다. 아직 폴링 마법은 살아있었다. 루시의 몸이 빙글 돌아 똑바로 되더니 천천히 떨어졌다.

'저 사람들 너무 진심인데... 젠장.'

루시는 자세를 잡고 달렸다. 저멀리, 눈이 부실정도로 밝은 빛이 보였다. 번화가였다.

잡화점이나 식당들이 모여있는 흔한 마을에 있는 넓은 공원. 물론 스케일은 달랐지만 공원은 공원이었다. 저런 미친 사람들이라도 저런 곳에서 살인은 자살 행위였다. 경비병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 놈들까지 죽이려나?'

루시는 끔찍한 생각을 이내 치워버렸다. 루시는 대신 달리기에 집중했다.

루시는 여행을 하며 얻은 지구력을 한껏 이용했다. 애초에 루마라 인간과는 지구력의 차원이 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지붕 사이를 넘다들며 달리는데도 힘들지는 않았다. 루시는 오랜만에 자신이 루마라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종족애를 느끼고 있는 루시의 귀에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시는 달리기를 멈추었다.

끼이이이이잉!

소리의 주인공은 마법진들이었다. 총 세 개의 하늘색 마법진은 공중 위에 떠올랐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실체화된 그것들은 루시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어딘가에 숨어있거나 루시를 쫓아오는 마법사의 것이었다.

"엘프..."

루시가 사용하는 마법과는 달랐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엘프 밖에 없었다. 그들은 인간이나 다른 종족의 마법과는 다른 것을 사용하니까. 저 소름끼치는 소리의 주인은 엘프임이 틀림없었다.

생각을 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루시는 이내 밝아져가는 마법진을 보며 단검을 뽑아들었다.

단검은 작고 보잘 것 없어보였다. 루시가 생각하기에도 그랬다. 오래 사용한 증거로 나무 손잡이는 낡아보였다.

'그래도... 내가 이걸 몇년을 썼는데.'

루시가 그리 생각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진이 완전히 점멸했다. 마법진에서는 고드름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윈뿔형의 고드름은 천천히 마법진을 빠져나왔다. 세 개의 고드름들이 완전히 빠져나오자 마법진은 사라졌다. 고드름은 잠시 공중에 머물렀다.

고드름은 곧 빠른 속도로 발사되었다. 어떤 원리로 날아오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빨랐다. 루시는 단검은 고쳐쥐며 자세를 잡았다.

제일 처음 발사된 고드름이 루시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루시는 단검을 높게 들어올렸다가 직선으로 내리쳤다.

단검은 고드름의 결 사이를 정확히 배었다. 고드름은 두 조각이 되어 루시의 양 옆을 스쳐 지나갔다.

루시는 아파오는 손목을 살짝 털며 반대쪽 손을 들어올렸다. 루시의 눈이 푸른색으로 바뀌자 루시의 반대쪽 손바닥 위로 마법진이 떠올랐다. 붉은 색의 마법진은 회전하며 그 문양을 뽐내고 있었다. 점점 거대해져 루시만 해진 마법진은 고드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그니션."

그순간 화염이 하늘을 뒤덮으려는 기세로 고드름을 덮쳤다. 남은 두 고드름이 사라지자 루시는 다시 달렸다.

루시는 어느새 중간까지 와있었다. 이따금 그녀의 발 뒤나 옆으로 화살이 떨어졌다.

'원거리 공격만 하고... 충분히 따라올 수 있을텐데...'

이상했다. 충분히 능력이 있었을텐데. 루시는 맞설 준비가 끝나 있었다. 괜한 걱정이었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안녕?"

귀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손에는 거대하게 휜 검이 들려있었다. 초승달을 연상케하는 검의 날은 루시의 두 발을 올려도 남을 것 같이 넓었다.

"우아앗!"

루시는 오랜만에 놀란 소리침 소리를 내었다. 루시는 이렇게 겁을 주며 나타나는 이들에게 약했다.

검은 루시를 노리고 배어졌다. 남자는 루시의 허벅지 쪽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루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판사판이었다. 루시는 있는 힘껏 다리를 들어올렸다. 아랫배에 무릎이 닿는게 느껴졌다.

틱.

철과 가죽이 부딪히며 짧은 소리를 내었다. 루시는 눈을 떴고, 자신의 다리를 내려봤다. 그녀의 두 발은 검 위에 올라가 있었다. 루시는 찰나의 순간 눈 앞에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

루시는 에라이하는 심정으로 칼을 박찼다. 박차며 튀어오른 루시는 공중에서 한바퀴 돌았다.
검이 흔들리자 남자는 균형을 잃었다. 그는 지붕의 틈 사이, 골목길로 빠져버렸다. 골목길에서는 우당탕하는 소리가 올라왔다.

루시는 그것을 보며 다시 지붕에 안착했다. 그러나 루시는 지붕에 안착하는 순간 미끄러졌다. 마법이나 연습했지 이런 무용은 연습한 적이 없었다. 연습하지 않은 자의 최후는 뻔했다.

완전히 미끄러져 루시는 지붕 위를 다시 한 번 쓸었다. 망토가 아직 찢어지지 않은게 기적이었다. 루시는 미끄러지며 팔을 뻗었다. 루시의 손바닥이 처마 끝에 탁하고 걸리며 그녀를 멈추게 했다. 공중에서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모자라 아슬아슬하게 멈춰버리자 루시는 숨을 헐떡거리며 쉴 수 밖에 없었다. 완전히 놀라버린 심장을 쓸어내리는 눈알을 위로 굴렸다. 머리 위에는 천장의 기와 하나가 놓여있었다.

루시는 신경질과 함께 기와를 털어버렸다. 루시는 몸을 일으켜 보았다. 몸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다.

'발목... 다쳤네.'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아파오는 발목을 내려다본 루시. 그럼에도 움직여야했다.

잘못 건드린 벌집의 벌들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테니까.

좁은 골목길로 빠지지 않으려 높이 뛸때마다 그녀의 발목은 더욱 더 아파왔다.

루시는 손을 뒤로 뻗었다. 금새 거의 뒤로 쫓아온 벌들에게 루시는 구체를 마구잡아로 발사했다. 위협사격도 되지 않는 공격에 애꿎은 루시의 마나만 사라져 갔다. 루시는 체력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쿵쿵쿵.

"이번엔 또 뭔데..."

이젠 싫증이 났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웅장한 쿵쿵 소리에 루시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대형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를 거구의 남자가 달리고 있었다.

하얀 입김을 뿜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신화 속의 거인이었다. 하도 커서 지붕 위로 얼굴이 보일 정도였다. 그가 달리기를 멈추자 바닥의 타일들이 박살났다. 그는 곧 팔을 뒤로 크게 당겼다.

예비 동작이 끝나고 남자의 팔이 새총처럼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그의 도끼가 들려있었다. 그가 도끼를 던지자, 도끼는 공기마저 가를 기새로 루시에게 날아왓다. 루시는 자세를 확 낮추며 고개를 숙였고, 도끼는 그녀의 등 위를 스쳐 지나갔다. 루시를 간신히 피한 도끼는 한참을 날아가 협곡의 반대쪽 돌벽에 박혀들어갔다. 돌벽은 흙 몇 덩이를 아랫건물 지붕에 떨어뜨렸다. 수리비가 꽤나 나올 듯 했다.

'오우거도 저렇게는 못하겠다...!'

루시는 그리 생각하며 몸을 다시 일으켰다. 하지만 순식간에 날아든 단검들이 그녀의 양 어깨를 뚫었다. 단검이 박힌 부분에서 스며나온 피가 찢어진 망토에 흡수되었다.
갈색의 망토가 검붉은 피와 만나 적갈색으로 물들었고, 루시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넘어졌다.

루시의 뒤쪽에서 쿵하는 발소리가 여럿 들렸다. 넘어진 루시의 주변으로 걸어오는 발소리에 루시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루시의 바로 앞에는 한 창을 든 남자가 서있었다. 아까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 그 남자였다. 그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창을 루시의 목을 향해 들이밀었다. 안 어울리게 장미 덩쿨 문양이 새겨진 창 끝이 루시의 목을 살짝 찔렀다. 핏 방울 하나가 창날 부분을 적셨다. 남자는 창을 뽑아 날의 넓은 부분으로 루시의 턱을 들어올렸다.

루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로 그를 노려봤다. 죽일 기새였다.

"죽일려고?"

"당연하지."

창이 하늘을 향해 높이 들어올려졌다. 루시는 눈을 질끈 감으며 어느새 쥐고있던 돌을 깨뜨렸다.

창이 허공을 가르고, 루시는 사라졌다.

"젠장..."

남자는 창을 털듯 허공에 한 번 휘둘렀다. 남자는 피를 털어버린 창을 어깨 위에 올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다. 공통점이라고는 푸른 망토 하나 밖에 없었다. 지붕 위에 모인 그들은 루시가 사라진 장소를 노려봤다.

"텔레포트네요."

성숙한 목소리의 여자가 말했다. 후드로도 가릴 수 없는 외모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바랬다. 바람에 흩날리는 금색 머리카락을 남자는 노려봤다. 그는 날카로운 턱선 위, 입꼬리를 쳐다봤다. 입꼬리는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로 완전히 올라가 있었다. 음흉하게 웃는 것 같아 기분또한 더러웠다.

"어디로인지는 알 수 있나?"

창을 든 남자가 물었다.

"모르죠. 알면 텔레포트를 누가 씁니까?"

"내 단검도 가져갔어."

어린 여자아이같은 목소리로 싫증을 낸 한 여자. 두 개의 쇠사슬이 팔소매로부터 빠져나와 있었다. 그녀가 팔을 휘휘 저으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짤랑거리는 쇠사슬 소리 사이로 팡! 하는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어둠이 나타났다. 지붕 위에 만들어진 어둠의 구체 주변에는 하얀색의 선들이 마구 흘러다니고 있었다. 어둠은 스스로 움직였다. 움직일 때마다 그것은 사람의 팔다리의 형체를 만들어갔다. 마침내 구체는 푸른 망토를 쓴 한 여자로 변했다.

그녀는 도도하고, 품위는 발걸음으로 창을 든 남자에게 향했다. 기사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여자는 그 느낌에 걸맞는 매력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손에 든 무언가를 흔들고 있었다.

"뼛가루에요. 셈버가 찾았어요. 몽마의 후손...이려나요? 그렇다면... 우리가 찾는 종족일지도."

남자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일단 돌아간다. 닐바렌, 대도부터 꺼내와."

"기절했을까요?"

"몰라."

"기절했으면 좋겠네요, 후헤헤. 키스라도 하게, 후헷."

남자는 경멸의 시선으로 욕을 삼켰다.

"미친 년."

쇠사슬을 집어넣은 여자가 말했다.

"미친 년이라니요! 저 이래뵈도 사람은 가려서 노린다고요! 그리고 1500살 할머닌데?"

"미친 년 맞아."

석궁을 든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오며 그녀에게 말했다. 여자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허공에 손짓했다. 그러자 마법진이 만들어져 여자를 순간이동시켰다.

"언노운."

"예."

"랑겔로르보고 도끼 주워서 돌아오라고 해."

"예예."

그는 귀찮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일단 돌아간다. 시므님이 기다리실테니까."

"셈버가 지키고 있으니 걱정은 하지마셔도 됩니다. 이미 다른 여관으로 향하고 있으니까요."

"잘했어, 시로제."

푸른 망토의 벌들은 그렇게 사냥감을 놓친 채 그들의 장미를 향해 돌아갔다.





쾅! 쿵...쿠쿠쿵...

기와가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루시가 살짝 굴렀다. 처마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가 했더니 그대로 뚝 떨어졌다.

"아야야야..."

루시는 이마에 손을 올렸다. 온 몸이 지끈거렸다. 루시는 이마에 올린 손을 들어올려 쳐다봤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그녀의 목표였던 광장이었다. 아슬아슬하게 텔레포트의 거리가 닿았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루시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한 사람이 그녀를 일으켜세워주려 했지만 그녀는 손을 뿌리쳤다.

루시는 벽을 지팡이삼아 겨우 일어났다. 그러곤 어깨에 박혀들어간 단검을 푹하고 뽑았다.
루시는 급히 눈물병을 꺼내들었다. 루시는 눈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눈물이 순식간에 몸에 스며들어 생기가 돌았다.

부러진 뼈도, 뚫린 어깨도 금새 낫기 시작했다. 눈물을 한번에 많이 들이켜야 가능한 일이었다.

"피는 어쩔 수없나..."

체력을 회복한다고 해도 흘린 피는 되돌릴 수가 없었다. 만신창이의 몸이 이끌린 곳은 좁은 골목길이었다.

익숙한 래빗의 표지판이 보이고, 루시는 몸으로 문을 밀었다. 루시는 문을 밀며 넘어졌다. 그녀는 기울어진 세상을 보며 눈을 감았다.

"뭔데? 야? 야, 일어나봐!"

알고있는, 짜증나는 목소리였다. 사서를 기대했지만, 그곳에는 카르나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나 좀... 도와줘... 대신... 모..."

"뭐? 모 다음에 뭔데? 야! 일어나!"





루시는 뻑뻑해진 눈을 떴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천장이 보였다.
루시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어제 밤에 겨우 도서관에 와서...'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않았다.

"일어났어?"

카르나였다. 루시는 덮고 있는 핑크색의 이불을 치우며 일어났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루시는 카르나를 쳐다봤다.

의자에 걸터앉아 루시를 쳐다보는 카르나가 입을 열었다.

"붕대는 내가 감았으니까 걱정마."

카르나는 베시시 웃으며 자신의 어깨를 툭툭 쳤다. 루시도 그녀를 따라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싸구려 셔츠와 찢어진 망토는 온데간데 없었다. 천으로 만든 붕대만이 어깨를 단단히 묶고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마감시간에 찾아와서는 다 청소한 도서관 바닥을 더럽힌거야?"

루시는 카르나의 질문을 듣곤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그게..."

볼을 살짝 긁은 루시는 어젯밤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큰일났네. 확실히 큰일났네."

카르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그 사람. 무조건 귀족이야. 푸른 망토에... 장미..."

카르나는 머리 속을 되집어 정보를 뒤적였다.

"모르겠네... 어디 꽁꽁 숨어있던 귀족이려나..."

카르나가 그동안 모아온 정보에도 있지 않은 귀족이었다.

루시는 다리를 웅크려 몸에 가져가댔다. 팔을 무릎에 올린 루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제 뭐 말하다 만거야?"

"뭐...가?"

루시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카르나는 입에 손가락을 올리고 음하는 소리를 냈다.

"그... 모 어쩌구... 기억 안 나는구나..."

루시는 이불 밖으로 발을 빼꼼 내밀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루시가 작게 중얼거렸다.

"모... 모... 모험...?"

아차싶은 루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카르나가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루시를 쳐다봤다.

'부담스러워.'

카르나는 의자까지 박차고 일어나 부담스럽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역시 마음이 바뀐거지! 모험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

"아니, 전혀. 전혀 있어."

루시는 싫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신나보이던 카르나도 다시 자리에 앉고는 다리를 꼬았다. 초롱초롱한 눈도 복귀시키고는 루시에게 물었다.

"그래서 왜 싫은데?"

"싫으니까. 위험한 건 다 질색이야, 멍청아."

카르나는 볼에 바람을 넣고 뾰루퉁하게 루시를 쳐다봤다. 멍청이란 말에 기분이 상한 것같았다.

"그래. 근데 그런 사람이 귀족을 건드려?"

"후... 그러게 말이다."

루시는 무릎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할거야?"

"일단 나가봐야지..."

"그 상태로?"

"금방 나아. 난 인간이 아니니까. 너처럼."

루시는 방 안을 쭉 살폈다. 또다른 의자에 걸린 옷을 발견한 루시는 옷을 들어올렸다.

"옷이라면 조금 수선해뒀어."

카르나가 루시를 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어깨부분이 찢어진 망토와 셔츠는 의외로 깔끔히 복구되어있었다.

"고마워."

의자를 들어올려 흔들며 장난을 친 카르나가 의자를 떨어뜨리며 루시를 바라봤다.

"그런 말도 할 줄 아네?"

"당연하지. 내가 무슨 돌맹인줄 알아?"

"그래보이거든."

카르나는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자신의 농담에 웃어달라는 표시같았다. 루시는 무표정으로 그것을 노려봤다. 저런 시덥잖은 농담에 웃어줄 루시가 아니었다. 루시는 대답없이 문고리를 잡았다.

루시가 문을 열고 나서려는 그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내일 케니왕국으로 출발하니까. 정말로... 마음생기면 말해줘."

"그럼 하나만 묻자."

루시는 문턱에 올라서서 뒤를 돌아 물었다.

"왜 나랑 모험하고 싶은지. 진심을 물어봐도 될까?"

"음... 외로워보여서. 난 외로운 사람은 절대 버리고 싶지않거든."

"외롭...다라."

루시는 문을 닫았다. 쾅하는 소리가 넒은 집 안에 울려퍼졌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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