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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온갖 의뢰와 잡일 따위를 도맡아 하는 조직의 통칭, 길드. 바로 여기에도 하나의 길드가 있다. 그 이름은, 어스. 매일같이 적자에 시달리는 길드의 상황으로 인해, 간부들은 골머리를 썩히고 있지만, 길드 마스터의 상태가?! 길드 어스에 어서 오세요!

[퓨전,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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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길드 대전,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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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786    추천 0   덧글 0    / 2020.02.19 10:48:14
15화. 길드 대전, 그 이후

 "으헉!"
 그대로 목에 검을 겨누려 하자 마크가 재빨리 검신을 쳐내고 옆으로 굴러 빠져나간다.
 몇 번이나 제압하는데 사용했던 기술이지만, 역시나 아직 몸이 말을 따라주지 않는다.
 다시 일어선 마크는 높이 뛰어오르며 태도를 내리찍었다.
 카로스는, 비스듬히 받아 바닥으로 흘려보내며 팔꿈치로 마크의 턱을 후려친다.
 제법 마크에게 데미지를 주었지만, 마크의 체력을 보면 이 정도는 새 발의 피다. 승리를 위해서는 마크를 완전히 전투 불능 상태에 빠뜨려야만 한다.
 마크의 공격은 무겁고 둔하긴 해도 치명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카로스는 좀처럼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카로스는 일단 태도의 사거리에서 빠져나와 마크와 거리를 두었다.
 아스트리의 길드 마스터, 마크는 과연 자신의 길드를 지킬 힘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크의 자신감과 포부, 그 모든 것들은 그저 허세가 아니었다.
 반면 카로스는 이제 막 길드에 돌아온 참이다.
 2년간 쉬었던 몸 상태이며, 마술 사용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따라주는 것이 없다.
 그러나 카로스는 길드 대전을 멋대로 받아들인 준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준 덕분에 다시 실전에 나설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대치하는 와중에 서서히 잊혀졌던 전투 감각이 되살아난다.
 흑검─네로를 쥔 이 손의 무게감, 휘두를 때 느껴지는 바람의 감촉, 잊고 있던 모든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
 어느새 카로스는 자신도 모르게 전율하고 있었다.
 비록 근력 같은 부분은 예전에 미치지 못할 지라도, 자신의 몸은 이 감각을 완전히 잊어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동체시력이 회복되어감에 따라, 마크의 움직임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압도당했던 검격도 어느 샌가 맞받아쳐내고 있다.
 호를 그리는 태도의 궤적에서 빠져나와, 카로스는 검신을 내리찍으며 마크를 밀어냈다.
 '이대로 녀석의 태도를 뺏고 제압한다…!'
 태도의 가드에 네로의 가드를 걸치고, 그대로 칼자루를 쥔 마크의 손을 쳐낸다.
 그 우락부락한 손에서 칼자루를 놓치게 한 후, 카로스는 태도를 발로 밟아 저 멀리 밀어냈다.
 아직 눈앞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크의 가슴에 네로를 겨누며, 카로스는 마침내 마크를 제압했─을 터였다.
 "아직 안 끝났다고! 우아아─!"
 승패가 갈렸다고 생각한 순간, 마크는 카로스의 네로를 품에 끌어안고 그대로 카로스를 어깨로 강하게 쳐냈다.
 "…이렇게 된 이상, 맨손으로 승부를 볼까!"
 우렁찬 기합성을 터뜨리며, 마크는 카로스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눈앞의 카로스는 그런 마크에게 붙잡혀 함께 쓰러졌다.
 "…이런!"
 어떻게든 마크가 자신의 위에 올라타는 마운트 상황만큼은 피해야 했다. 이런 덩치에 깔렸다간 그대로 끝이다.
 카로스는 재빨리 몸을 굴려 마크를 피해 옆으로 빠져나왔다.
 양쪽 다 무기는 없는 상황이다.
 오직, 맨손만이 있을 뿐─.
 "네 녀석, 주먹은 좀 쓰냐? 내가 분명히 말했었지, 박살내주겠다고!"
 마크는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주먹을 내질렀다.

 ─메이스와 도끼가 맞부딪히며 작은 불꽃을 흩뿌린다.
 준은 아포의 도끼를 피해 몇 번이나 유효타를 먹였지만, 아포는 메이스에 정통으로 맞고도 쓰러지지 않았다.
 메이스에 안면을 맞아도 아포는 그저 피를 뱉어내며 다시 도끼를 휘두를 뿐─.
 마치, 피부가 강철로 되어있는 것만 같았다.
 '전신을 마술로 강화한 건가. 성가시게 됐군.'
 틀림없이 신체 강화 계열의 주술을 누군가로부터 받은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강철로 된 메이스에 맞고도 멀쩡할 리 없다.
 이런 싸움은 수도 없이 해 왔다.
 그에 따른 생사의 위기도 수도 없이 넘겨왔다.
 그에 비하면 이건, 싸움조차 성립되지 않는다.
 고작해야 이 정도의 상대에게 고전할 준이 아니다.
 마술로 강화되어 있지만 않았어도, 이미 메이스에 정통으로 맞은 순간 승패는 결정 났을 것이다.
 무식하게 휘두르는 도끼를 받아쳐내며, 준은 다시 한 번 아포의 복부에 두 차례 메이스를 때려 박았지만, 여전히 아포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그 수밖에 없는 건가. 끝까지 귀찮게 구는 구나. 네 녀석은─!'
 준의 메이스에 푸른빛이 감돈다.
 강철로 된 메이스─준의 각인 무기인 그것은, 이미 오랫동안 사용해오며 충분한 마력이 깃들었다.
 그 덕분에 카로스의 네로와 같은 '마검' 수준에 속하는 물건은 아니지만, 그 어떠한 무기와 맞부딪혀도 꿀리지 않았다.
 준은 거기에 마력을 더해 메이스 전체를 푸른빛으로 감싸 안았다.
 이 기술에 특별한 이름은 붙이지 않았다. 그저 모든 마력을 메이스에 담아 일격에 쏟아내는 것일 뿐──.
 허용 가능한 체내의 모든 마력을 담아낸 메이스의 파괴력은 콘크리트도 일격에 부술 정도이다. 제아무리 신체를 강화했다고 하더라도 멀쩡하게 서있을 수 있을 리 없다.
 "네 녀석, 무언가 숨기고 있구나!"
 무언가의 낌새를 눈치 챈 듯, 아포가 도끼를 거두고 물러섰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다."
 힘에 겨운 듯 메이스를 늘어뜨린 채, 준이 말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 끝장을 내 주겠다! 네 녀석의 공격 따위 내게 통하지 않는다!"
 머리를 노리고 도끼를 들고 달려드는 아포를 보며 준은 메이스를 늘어뜨린 채 타이밍을 기다렸다.
 수직으로 내려찍는 도끼의 방향과 정 반대로, 준은 바닥에서 올려치며 도끼를 정확히 강타했다.
 카앙─.
 ─도끼의 날이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지고, 눈앞의 현실을 믿지 못하는 아포에게, 준의 메이스가 푸른 궤적을 그리며 대각선으로 쇄도한다.
 "쿠허억──!"
 가슴에 메이스를 정통으로 맞은 아포는 거세게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네 녀석…… 나보다 강하구나……."
 ─그리고 피를 한움쿰 토해내며, 아포는 기절했다.
 결판은 손쉽게 났다. 준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카로스 쪽을 살폈다.
 카로스와 상대인 마크 모두 무기를 버린 채 맨손으로 주먹다짐을 벌이고 있었다.
 "…그쪽은 아직이냐, 카로스."

 레일라는 로리먼트의 덩굴을 피해 몇 번이나 채찍질했지만, 로리먼트는 무방비하게 당하던 아까와는 달리 미스틸테인으로 번번이 막아내며 역으로 공격을 계속했다.
 "누가 그런 다 보이는 공격에 맞아줄 줄 알아!"
 "누가 그런 다 보이는 덩굴에 붙잡힐 줄 아니!"
 동시에 외치며, 레일라는 채찍을, 로리먼트는 미스틸테인을 내질렀다.
 비록 채찍의 끝자락이 잘려나가긴 했어도 사거리는 레일라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에 비하면 로리먼트는 제자리에서 미스틸테인으로 방어할 뿐─변변치 않은 덩굴만을 뻗어낼 뿐이었다.
 "…당신이 다치길 원하지 않아서 덩굴을 소환한 건데,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미스틸테인!"
 로리먼트의 지팡이─미스틸테인의 끝자락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온다.
 "어머, 또 무언가 마술을 부리는 거니?"
 "이번에는 다를 거야! 마력탄─!"
 지팡이의 끝자락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이 한 군데 뭉쳐 구(球)의 형태를 이루더니, 이내 앞으로 쏘아진다.
 "…통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니!"
 레일라는, 채찍으로 완벽하게 받아쳐낸다.
 "이것도 통하지 않는다면, 더 강한 마술을 보여주겠어! 각오하라구!"
 "아쉽지만, 꼬마야. 그런 잔재주로는 날 이기지 못할─."
 「미스틸테인─! 화염탄!」
 미스틸테인의 끝자락에서 불길이 쏟아져 나간다. 마력탄과는 달리 쳐낼 수 없는 공격이다.
 순식간에 눈앞까지 뻗어오는 화염을 보며 받아쳐낼 자세를 취하고 있던 레일라는, 순간적으로 느낀 본능적인 공포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자…잠깐! 꺄아악!"
 그대로, 화염에 삼켜진다.
 다만 화력을 조절한 탓에 레일라의 옷의 일부를 태워버리는데 그치고 말았다.
 어쩐지 노출이 많아진 옷차림을 보자, 로리먼트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질투심이 솟아오른다.
 "뭐야! 몸매 좋다고 자랑하는 거야?! 이런 바보! 미스틸테인─!"
 아직 어안이 벙벙한 채 서있던 레일라는, 이번에는 덩굴을 피하지 못하고 보기 좋게 붙잡혔다.
 아마 양팔, 양다리 사지가 모두 구속당해 꼼짝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덩굴 따위에……!"
 채찍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지만, 덩굴은 레일라가 발버둥 칠수록 더욱 강하게 옥죄어 올 뿐이다.
 레일라는 한동안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더니, 이내 전의를 상실한 듯 손에 든 채찍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레일라를 제압하기 무섭게 로리먼트는 카로스 쪽을 돌아보았다.
 "카카!"

 카로스는 아직도 마크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양쪽 다 만신창이인 상태였지만, 호각인 탓에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도와주러 갈게!"
 "오지 마!"
 마크를 향해 미스틸테인을 겨누는 로리먼트를 제지하며, 카로스가 외친다.
 "그냥 혼자 싸우게 냅둬라."
 준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저 저 멀리서 팔짱낀 채 바라보고만 있었다.
 "당신은, 내 힘으로 쓰러뜨려야만 해!"
 예전이었다면 한 대도 맞지 않고 쓰러뜨렸을 텐데─하고 카로스는 자신의 2년간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꼈다.
 분명 킥복싱─권투도 예전에 익혀뒀을 터이다. 몸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카로스는 마크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반격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노려야 할 곳은 턱이다.
 제대로 된 어퍼컷 한방으로, 모든 걸 끝내겠다─.
 "어딜 한눈 팔고 있는 거냐!"
 잠깐 방심한 사이, 마크의 무릎이 카로스의 복부를 올려찍는다.
 "컥!"
 마크는 그대로 몸을 숙인 카로스의 등에 팔꿈치를 내리꽂았다.
 "으랴아압─!"
 카로스가 바닥에 쓰러진다. 이대로 일어서지 못한다면 전투 불능 상대로 판단하고 명백한 패배로 이어질 것이다.
 준은 분명 끼어들지 않을 게 분명하고, 로리먼트는─.
 "카카!"
 "아가씨한테 주먹을 휘두르는 건 곤란한데 말이야─! 얌전히 항복해!"
 "그럴 수는 없어!"
 쓰러진 카로스의 눈에 로리먼트가 미스틸테인을 양손에 꽉쥐고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마크는 그런 로리먼트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 하고 있다.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그 광경에, 되살아는 악몽의 재현에, 카로스는 본능적으로 일어서 마크를 붙잡았다.
 "…안 돼!"
 내지르려는 오른팔을 붙잡고, 팔꿈치를 왼손으로 밀어내며 그대로 후방으로 꺾는다.
 ─동시에, 다리를 가격해 중심을 무너뜨린 후 이대로 팔을 꺾어 제압한다!
 "항복하지 않으면 이 팔을 부러뜨릴 수밖에 없어!"
 말로는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부러뜨릴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마크는 오른팔의 구속을 풀기 위해 끙끙대며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완전히 관절기에 걸려버린 후였으므로 별다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난 길드 마스터인 당신의 팔을 부러뜨리고 싶지 않아! 당장 항복하란 말이야─.!"
 그가 겪을 추태도, 카로스는 알고 있었다.
 이미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지 오래, 길드 대전을 감독하는 경찰의 눈도 있다.
 이런 상황에 길드 마스터가 팔이 부러져 비명을 지르는 추태를 보이는 건, 아스트리의 입장에서도 좋지 않을 것이다.
 마크는 심각한 얼굴로 얼마간 고민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힘겹게 말했다.
 "…항복……하지."

 그렇게 길드 대전은 어스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어스 측에 크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상대 쪽도 마찬가지였다.
 아스트리의 길드 마스터, 마크에게 카로스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마크는─
 "아무튼, 두 번 다시 우리 길드원을 괴롭히지 마라! 이번만 넘어가주마!"
 ─라고 말하며, 카로스의 뒷목을 잡게 했다.
 그 옆에서는 아포가 준에게 말하고 있다.
 "준…이라고 했나? 언젠가 네 녀석을 뛰어넘고 말테다!"
 "네 녀석의 느린 공격으로는 백년을 수련해도 어림없다."
 로리먼트와 레일라는 별 다른 말없이 서로를 지나쳤다.
 그저 영역싸움을 하는 고양이처럼, 서로 눈빛만을 한 차례 맞부딪혔을 뿐이다.
 "…우리 길드의 패배라니, 믿을 수 없지만 패배는 받아들이겠다. 그러니까 애초에 우리 길드원을 괴롭히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란 말이다!"
 그냥 말을 말자고, 카로스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만 화해하지 않겠나? 너희 길드에 가서 소란스럽게 군것도, 이렇게 싸웠던 것도 사과하겠다."
 "…오해는 풀었으면 좋겠지만, 그 편이 낫겠지."
 마크가 건넨 손을, 카로스는 잠깐 주저하다 마주 잡았다.

 * * *

 "젠장! 왜 그렇게 화해하고 자빠진 거야……! 녀석을 짓밟아주라고……!"
 광장에 모인 군중 틈에서 길드 대전을 지켜보던 아스트리의 길드원─유샌은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이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우리 길드 마스터 마크에게 카로스가 짓밟히고, 깨지는 꼴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 둘이 저렇게 화해해버리면 어찌한단 말인가─.
 어스의 카로스도, 아스트리의 길드 마스터 마크도 하나같이 멍청하기만 하다.
 "가만히 둘 수 없다고! 내가 아끼던 총을 이렇게 만들다니……!"
 손에는 깔끔하게 두 동강난 권총이 들려있다.
 말할 것도 없이─카로스와의 명예 결투에서 망가진 것이다.
 그저 겁이나 주려고 했던 것이지만, 설마 진심으로 베어버릴 줄이야─.
 보통은 총을 겨누는 순간 항복하기 마련인데─.
 카로스가 비참하게 깨지는 꼴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되어서야 아무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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