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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온갖 의뢰와 잡일 따위를 도맡아 하는 조직의 통칭, 길드. 바로 여기에도 하나의 길드가 있다. 그 이름은, 어스. 매일같이 적자에 시달리는 길드의 상황으로 인해, 간부들은 골머리를 썩히고 있지만, 길드 마스터의 상태가?! 길드 어스에 어서 오세요!

[퓨전,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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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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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702    추천 0   덧글 0    / 2020.03.11 02:15:47
19화.준

 찢어지는 듯한 금속음과 함께 카로스가 밀려난다.
 간신히 방어해냈지만 맹렬한 풍압이 카로스를 집어삼키고,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커헉!"
 몇 차례나 바닥을 구르며 날려지던 카로스는 대리석 난간에 거세게 부딪히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카카!"
 로리먼트가 다급하게 외치지만, 로리먼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는 미스틸테인을 들고 뛰어들 맘은 있지만─그건 대련의 규칙을 어기게 된다.
 하지만, 대련 규칙과 카로스의 목숨 중 어느걸 우선시 해야 할 것은 자명했다.
 "방해하지 말고 비켜."
 준은 그런 로리먼트를 지나치며 카로스를 향해 전력으로 돌진한다.
 아직 승부는 나지 않았다.
 드디어 유효타를 먹이긴 했지만, 카로스는 여전히 서있고,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았다.
 둘 중 어느 한 쪽이 쓰러지지 않는 이상 대련은 계속된다.
 준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일어서려는 카로스에게 자비 없이 메이스를 내리쳤다.
 하지만─네로의 가드에 막힌다.
 힘없이 뻗은 카로스의 검을 쳐내며─준은 카로스의 멱살을 붙잡고 수련장 중앙으로 내던졌다. 카로스는 아직도 힘없이 이끌려질 뿐이었다.
 "……!"
 카로스의 눈앞에 준이 메이스를 들고 다가오는 게 보인다.
 곧바로 일어선 카로스는 흑검, 네로를 양손으로 쥔 채 반격 자세를 잡았다.
 메이스의 파괴력은 휘두르는데서 나온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접근하여 메이스를 휘두를 만한 공간을 남겨두지 않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피할 필요가 있다.
 짧은 시간동안 생각을 정리한 카로스는 메이스의 유효 사거리를 계산하며 정면으로 달려 나갔다.
 노려야 할 것은 근접전이다.
 준이 메이스를 휘두르기 전에, 혹은 휘두른 후에 곧바로 근접하는 것만이 카로스의 승부수였다.
 반면, 준의 전략은 달랐다.
 메이스는 둔기이다. 근접하는 순간 카로스에 의해 무장해제 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그 거리를 주지 않는 게 관건이다.
 완전히 근접한다면 이쪽은 메이스를 사용할 수 없지만, 카로스의 흑검─네로의 칼날은 근거리에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서로의 전략이 완전히 정 반대인 만큼, 거리를 재며 견제하는 것은 상호간의 필수불가결이었다.
 물론, 근접전에서도 메이스를 활용할 수야 있지만, 그 전에 카로스에게 당할 위험이 크다.
 준과 카로스는 잠시 서로 물러서서 대치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카로스는 네로를 양손으로 잡고 있는 반면, 준은 한손으로 자유자재로 휘두르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준의 비어있는 손을 주의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준에게 다시 한 번 메이스를 먹일 기회를 주고 말았다.
 준의 비어있는 손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메이스의 궤적을 놓쳐버린 카로스는 한순간 시야에서 사라진 메이스를 눈으로 찾았다.
 그러나, 자신의 다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메이스를 본 순간, 이미 늦었음을 통감했다.
 준의 메이스가 카로스의 다리를 후려치고─그대로 중심을 잃은 카로스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만감이 교차하는 카로스의 눈동자를 뒤로하고, 준의 팔꿈치가 카로스의 가슴을 자비 없이 강타했다.
 "크헉!"
 카로스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굴렀지만, 야속하게도 고통에 익숙해질 틈조차 없었다.
 다시 쇄도하는 메이스를 간신히 받아내며, 카로스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여기서 더 이상 밀려난다면 카로스는 자신의 칼날에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준! 그만해!"
 로리먼트가 다급하게 외치며 달려왔지만, 준은 그런 로리먼트를 살의가 넘치는 시선만으로 제압했다.
 항복한다면 목숨은 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네로와 함께 카로스를 짓눌러버리는 수밖에 없다─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메이스에 힘을 실었다.
 "크아아아아악!"
 카로스는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메이스를 밀어내고 있다.
 왜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준은 멈추지 않는가─그런 생각이 뇌리에 스쳐갔지만, 준의 눈빛은 살기를 한가득 뿜어내고 있었다.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메이스에도 틀림없이 살의가 섞여있다.
 준은 자신을 죽일 셈인가─. 여기서 항복한다고 해도 메이스는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기지를 발휘할 여지 따윈 없었다. 당장 들고 있는 네로에서 힘을 조금이라도 빼는 순간, 목숨을 잃게 된다.
 자신의 칼날에 베여 쓰러지는 스스로의 모습이 카로스의 눈앞에 스쳐갔다.
 이런 곳에서 죽게 되는 것인가─아니, 그럴 수는 없다. 빠져나갈 활로는 분명히 있을 터이다.
 이를테면, 기권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만큼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각─, 남은 방법은 단 하나다.
 준을 이 자리에서 꺾는다─였다.
 "하아아아!"
 카로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칼자루를 옆으로 눕혔다.
 스치듯 눈앞을 미끄러져가는 메이스를 보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오한을 느꼈지만 이내 카로스는 준을 밀쳐내고 일어서는데 성공했다.
 "제법인데, 하지만 이걸로 끝이야."
 말을 마치기 무섭게 준의 메이스에 푸른빛이 감돈다.
 그 푸른빛의 정체는 카로스 또한 알고 있었다.
 한순간 마력을 더해 쏟아내는 준의 강타─스치는 것만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다.
 하물며 정통으로 맞는다면, 그 누구라 하더라도 생사를 보장할 수 없다.
 피해낼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광범위한 사거리를 가진 준의 강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상황을 타파할 활로는, 카로스 또한 전력을 다한 일격을 쏟아내는 수밖에 없다.
 카로스의 흑검─네로에 붉은 마력이 감돈다.
 준의 강타에 맞서기 위해서는, 카로스도 자신이 가진 기술중 최고의 파괴력을 가진 기술을 내보일 수밖에 없었다.
 흑검, 네로의 검신에 마력을 응축시켜 전방으로 쏟아내 폭발시키는 기술─카로스는 '응축 폭파'라 부르고 있었다.
 마력이 휘감긴 검신이 진동하고, 카로스는 칼자루를 양손으로 꽉 붙들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네로를 통제하기는커녕, 순간적으로 내뿜는 기운에 자기 자신이 휘말려 버린다.
 메이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매서운 풍압에 카로스의 오감이 먼저 반응했지만, 카로스는 자신의 검─네로를 믿기로 했다.
 네로의 마력을 터뜨리는 응축 폭파라면 준의 강타에도 전혀 뒤지지 않을 거라고─카로스는 생각하며 준에게 곧바로 돌진하며 네로를 앞으로 뻗었다.
 방대한 두 마력이 서로 충돌함과 동시에─준과 카로스는 서로를 향해 외쳤다.
 「이걸로 끝내주마!」
 「…아직이야──!」
 ─네로의 끝에서 고도로 압축된 마력을 전방으로 해방시킨다. 카로스에 손에 붙들린 네로가 거칠게 울부짖었다.
 준의 메이스 또한, 궤적을 유지한 채 네로에서 뻗어나오는 풍압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카로스는 아직 검의 힘을 완전히 해방하지 않았다.
 「응축 폭파──!」
 일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마력이 폭발하며, 붉은 빛의 입자가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카로스의 필살기라 부를 수 있는 응축 폭파는 준의 메이스와 정면으로 격돌하고─, 이내 준의 메이스를 저 멀리 띄워 보냈다.
 당연히, 메이스를 잃은 준의 몸이 멀쩡하게 서있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비록 그 위력이 감화되었다고는 해도 준은─네로에서 해방되어 폭발하는 방대한 양의 붉은 마력을 그 몸으로 받아내고─바닥에 거칠게 내동댕이쳐졌다.
 공중에 떠오른 메이스가 금속음과 함께 바닥에 힘없이 떨어지고, 카로스는 마침내 준을 꺾었다.
 "끝났다……."
 카로스는 그 자리에 서있고, 준은 쓰러져 있다.
 굳이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도, 준의 패배는 너무나 뚜렷했다.
 이번 대련의 승자는, 카로스였다.
 한동안 쓰러져 있던 준은 먼지를 털며 일어섰지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자신의 모든 걸 쏟아낸 일격이 카로스에게 파훼당해 버렸다.
 메이스였다면 조금 더 압도적으로 카로스를 몰아붙일 수 있었는데─결과는 준의 패배였다.
 비틀거리는 카로스를 로리먼트가 부축하며, 둘은 수련장을 나선다.
 그 둘과는 정 반대로 준은, 그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서있을 뿐이었다.

 "─끝났구나."
 지겨웠던 대련이 끝나자, 세르니아는 기지개를 쭈욱 뻗었다.
 상대의 내면을 꿰뚫어볼 수 있는 그녀의 붉은 마안(魔眼)은, 준의 내면을 자비 없이 파헤쳤다.
 준은─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증오감과 자괴감에─카로스와의 대련을 원하고 있었고, 세르니아는 카로스에게 암시를 걸어 둘의 대련을 성사시켜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명백한 준의 패배였다.
 "한심한 싸움이었지만, 이건 이것대로 재밌게 되었구나. 후후─."
 첼시는 그저 말없이 준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굳어있는 준의 모습은 마치, 자신과 같아보여서─첼시는 왜인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어스의 녀석에게서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나 자신이 너무나 증오스럽구나.'
 그런 첼시의 기분도, 세르니아는 전부 간파하고 있었다.
 "저 녀석의 패배는 예상 외였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돌아가자, 첼시."

 소리 없이 관전하던 둘이 돌아간 후에도, 준은 그 자리에 한동안 굳은 채 서있었다.
 검으로는 카로스를 당해낼 수 없었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무기는 '이것'이었다.
 '내 노력이 부족한 거야? 그런 거냐고……!'
 준은 말없이, 자신의 가슴을 두어 번 주먹으로 때렸다.
 아니다, 자신은 약하지 않다. 카로스가 강할 뿐이다.
 그렇기에, 카로스를 꺾기 위해, 그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목적이 사라진 후에도─어스의 2인자로 군림하던 나날들도, 무척이나 지루한 일상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일상을, 카로스는 다시 나타나며 부숴주었다.
 그리고, 준에게 다시 한 번 수련해야 할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카로스를 쓰러뜨려야만 한다.
 내 모든 걸 짓밟아 놓은, 카로스를 쓰러뜨려야만 한다.
 아아, 나는 기대하고 있던 것인가─. 이 대련을?
 다시 한 번 카로스와 맞붙을 이 날을, 이 몇 분조차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을, 그렇게나 손꼽아서 기다려왔던 것인가─.
 분명히 이 감정도, 이 증오심도 분노도, 자괴감도 전부 잊고 지내고 있었을 터인데─.
 밑도 끝도 없는 이 공허한 마음을 유일하게 채울 수 있었던 것, 그것은 카로스였다.
 2년 전이었던가, 처음으로 느꼈던 것은─.
 친구로 지내왔던 시간 속에서, 무의식중에 갖고 있던 경쟁심─.
 아아, 이제 와서는 더욱 더 희미해졌다.
 애초부터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나 수련해왔던 것인가.
 어쩐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누구를 향한 비웃음인가, 카로스인가? 아니면 자기 자신인가? 명확하지 않았다.
 가슴 속은 무척이나 공허하다. 마치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동안 쫓아왔던 것이, 이 순간 무너졌다. 지금부터는 뭘 해야 좋단 말인가.
 지금껏 이 가슴을 채우던 카로스는, 또 다시 저 멀리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 텅 빈 가슴을 다른 걸로 채워넣을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 할 것이다.
 카로스를 쓰러뜨리는 것─그것만이 지금까지의 준의 존재 이유였고 준을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그것이 이렇게 무너져 버린 지금, 준은 가슴 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실소를 멈출 수 없었다.
 아아, 그렇다. 지금 이 웃음은, 자기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다.
 왜 이렇게 멍청하게 무릎을 꿇은 채 패배를 받아들이고 있단 말인가, 언제부터 이런 걸 납득하며 살아왔던가.
 카로스를 향하던 증오감은 지금, 준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심하구나. 네 녀석도, 그렇게나 원해왔던 것이지 않느냐? 왜 그렇게 바보 같은 표정으로 서있는 것이냐?"
 헛웃음 치던 준은, 그 말에 응답한다.
 "꺼져라, 세르니아. 아니면 이 자리에서 나와 대련할 테냐?"
 일갈하는 준에게, 세르니아는 타이르듯이 말한다.
 "그렇게 번거롭게 움직일 필요는 없지. 그 대련에 의미라도 있는 게냐? 준, 네 녀석이 원하는 걸 이뤄주지 않았느냐? 조금은 기뻐하거라."
 "닥쳐라. 그 입에 메이스를 쑤셔 박기 전에 이 자리에서 사라져라."
 작은 체구의 소녀를 협박하듯, 준은 메이스를 겨누었지만 세르니아는 그 메이스를 정성스럽게, 양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세르니아의 붉은 눈동자가 번뜩인다. 그녀는, 준의 마음속을 간파하고 있다.
 툭, 투둑─.
 떨어지는 물방울이 준의 어깨를 적신다.
 하필이면 이럴 때, 비가 오는 것인가.
 개방되어 있는 수련장의 테라스는─실외이기에 빗방울을 전부 받아내고 있다.
 "네 녀석의 메이스는 이렇게나 무딘 날을 가지고 있던 것이냐? 네가 원하는 게 이런 대련이 아니었다면, 대체 무엇인가? 말해 보거라. 나라면 이뤄줄 수 있을 것이다. 저 카로스를 쓰러뜨릴 수 있게─도와주도록 하마."
 메이스를 이용한 협박에도 겁먹은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세르니아는 준의 턱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준은 그저 힘없이 메이스를 휘둘러 그런 세르니아를 쳐낼 뿐이었다.
 실질적인 파괴력은 조금도 나오지 않아, 세르니아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피해냈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꺼져라."
 "시시한 녀석─."
 세르니아조차, 그렇게 일갈하며 뒤돌아선다.
 비가 오고 있음에도 준은 그 자리에서 무릎 꿇은 채 한동안 굳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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